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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쓰기도 발음하기도 어렵지 않다. 아이들끼리 싸우면 어른들은 으레 화해를 위해 서로 안아 주며 ‘미안해’라고 말하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자의든 타의든 미안하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하곤 했다. 그러나 어른이 돼 자신이 사과할 상황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단어가 바로 ‘미안’이다. 그래서 ‘유감’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와 같이 돌려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과하는 입장에서는 ‘미안해’와 ‘유감이다’를 비슷한 의미라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면 알게 된다. 두 단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유감에는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정도의 의미만 담고 있을 뿐 진정한 사과의 뜻도 자세도 담겨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과는 ‘미안해’라는 말을 전한다고 완성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도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과정을 진심의 울림을 통해 전하고 있다.

 따분한 것을 못 견디는 6학년 쇼야는 남들보다 좀 더 개구진 성향이라는 것을 빼면 특별할 것 없는 초등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쇼야네 반으로 얌전한 여학생이 전학을 온다. 그저 평범해 보였던 전학생 쇼코는 사실 청각장애인이었다. 농아를 처음 접한 친구들은 호기심과 동정심으로 친절하게 대해 주지만 이내 싫증을 느낀다. 교우들과 바로 바로 소통할 수 없던 쇼코는 이내 외톨이가 된다. 그리고 쇼야의 짓궂은 장난이 시작된다.

 어떤 놀림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사과를 반복하는 쇼코의 행동은 쇼야를 더욱 자극했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쇼야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진다. 급기야 학급 전체가 동조하거나 방관하면서 쇼코는 이른바 왕따가 돼 학교를 그만둔다. 이 사건으로 담임교사는 쇼야를 질책하고, 동조했던 친구들조차 쇼야를 비난한다. 그렇게 쇼야도 외톨이가 된다.

 이후 6년간 마음을 닫고 살던 쇼야는 삶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죽기 전에 쇼코를 찾아가 사과할 결심도 한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단으로 쇼야는 쇼코의 언어인 수화를 배운다. 6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표면적으로는 청각장애, 왕따, 자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말할 수 없었기에 더욱 간절하고 진실해진 마음의 소리를 섬세한 영상 연출로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과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과 상대를 향한 존중, 더 나아가 어리석은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삶의 자세를 배우고 고쳐 살려는 과정이 상처를 치유하는 열쇠임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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