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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수영 남자 5km 경기에서 백승호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물 밖으로 나서고 있다. 백승호는 57분 5초 30의 기록으로 총 60명의 출전 선수 중 48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가장으로서,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레이스를 마친 백승호(29·오산시청)의 코는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13일 여주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남자 5㎞ 경기.

 대회 첫 금메달이 걸린 이 레이스에 백승호는 당초 30위 안쪽을 목표로 했으너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48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백승호는 "훈련량은 충분했는데 실전 경험이 없다 보니 초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며 "한번 차이가 벌어지니 물살 때문에 쫓아가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출발 직후 몸싸움 과정에서 그는 다른 선수의 팔꿈치에 코를 맞았다고 했다.

 "한번 부딪히고 나니 코로 숨이 안 쉬어졌다"며 "눈물도 핑 돌아서 물안경을 잠깐 벗었는데 바닷물이 들어와 더 당황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반에 꼬이고 나니 근육도 말리고 맥박도 엉켜 페이스가 무너졌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초반부터 백승호는 선두 그룹보다 꽤 뒤처졌다. 정상적인 호흡도 불가능했다.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가장으로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이런 생각 덕분에 끝까지 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백승호의 아내이자 배구 스타인 배유나(한국도로공사)는 경기장을 찾아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지난 4월 백승호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고, 배유나도 어깨를 수술한 후 재활에 몰두하면서 바쁘게 지냈기 때문이다.

 배유나는 "신혼을 즐기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다.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갔다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쉽지만, 남편이 이런 좋은 대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유종의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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