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1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사무실과 공촌정수장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인천지역 주민단체들이 박남춘 인천시장과 전 상수도본부장을 직무유기와 수도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이번 사태가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담당자의 미숙이나 도덕적 책임 운운하며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수도사업은 지자체장이 책임을 지는 지방 사무로 분류돼 있다. ‘책임 행정의 부재’가 초래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밝혀야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치권에서도 피해 확산 방지책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10일 ‘즉시 신고제’와 ‘현장수습 조정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수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돗물이 수질 기준에 위반될 경우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하도록 수도사업자의 보고를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현장수습 조정관 파견을 통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붉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그러하듯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티도 안 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지하 수도관의 보수·교체를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제때 청소하거나 교체하지 않은 ‘불결하고, 불량한 수도관’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촌정수장과 수도관 시설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평택, 안산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어디에서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자체만의 책임으로 국한하는 건 무리가 있을 듯싶다. 물론 주민들의 기본권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았던 지자체장의 과실은 크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물 관리’를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은 지자체와 지방의회 결정에 계속 맡겨놔야 하는 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 역할, 재원 조달, 제도 개선 등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 이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찰 수사를 잘하고, 수도법 개정안이 잘 고쳐져도 붉은 수돗물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