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수출규제 사태가 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아베 정권의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사태 장기화 가능성마저 농후해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한일 관계가 일본 일부 정치인들의 야욕과 정치적 상황에 의해 악화일로를 넘어 회복 불능 파국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경제적·정치적 파장을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일본 국민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일본 국민에 갖는 호감 여론이 12%로 떨어져 199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국 갈등이 고조돼 파국 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한일 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는 대화와 교섭이 전제돼야 함은 기본상식이다. 그럼에도 일본 당국은 이번 사태를 풀고자 방일한 우리 실무단을 의도적으로 홀대하는 치졸함을 보임으로써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앙금을 쌓고 있다. 이런 푸대접과 무시 전략은 철저하게 계산된 아베 정권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자칫 흥분하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은 물론 정치권, 언론, 국민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면서도 이성적인 대처와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국민에게 분명한 지향점을 제시하고서 외교전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외교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이달 말 대표단 방일을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와 함께 미국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중재역을 요청해야 한다. 한반도 및 주변국들과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중재자 역할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서 무역 보복카드를 꺼낸 만큼 일본 측이 당장에 협상에 응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제 양국의 정부, 위정자, 양식을 가진 지식인들이 나서 사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아베 정권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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