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가 임대계약 만료를 이유로 퇴거 조치한 임진각관광지 내 상가시설 중 간이매점 4곳을 상대로 명도소송까지 벌여 승소해 놓고도 해당 임차인들에게 또 다른 사업장 운영 특혜를 제공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2015년 퇴거 당시 즉각 철수했던 휴게식당 7곳의 임차인들이 이 같은 조치에 강력 반발하며 형평성 시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의 ‘원칙 없는 행정’에 시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파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임진각관광지 내 운영 중인 상가는 휴게식당 7곳과 간이매점 4곳 등 총 11곳으로 2004년부터 2015년 말까지 시와 임대계약을 맺고 영업해 왔다. 해당 상인들은 30여 년 전부터 임진각관광지에서 노점상 형태로 장사해 오다 시가 임진각 휴게소를 건립한 뒤 기득권을 인정받아 영업해 왔다. 하지만 시는 종합관광센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2015년 말부터 상인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임진각은 해마다 700여만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돼 미관을 해치고 있어 시는 새롭게 시설 개선을 준비했다. 이런 까닭에 음식점 7곳은 2015년 퇴거 당시 즉각 철수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끝나고도 상점 4곳은 퇴거 조처에 반발하며 영업을 이어왔고, 시는 사실상 아무런 제지 없이 2016년부터 임진각관광지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조성한다며 국비 등 사업비 112억 원을 투입해 지상 2층 규모로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신축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상인 4명이 2017년 5월 시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을 냈다.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는 지난해 2월 착공해 올 연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민선7기 최종환 시장이 취임 직후 해당 부서에 상인과의 상생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올 초 파주지역 박정(민)국회의원도 어려운 여건에 있는 상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달라는 의견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2년여 만에 해당 명도소송 관련 상인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시가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상인들의 매점 등을 강제 철거하고 센터 공사를 재개했다. 그런데 시는 뒤늦게 상인들과 상생한다며 3년 5개월 동안 받지 않았던 임대료 완납과 기부채납 등의 조건으로 임진각 주차장 내 민방위대피소 앞 부지를 이들에게 내줘 새 상가 신축 및 영업권을 주는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15년 철거 당시 자진 퇴거했던 음식점 7곳의 임차인들도 관광지 내 식당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시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최 시장은 "4곳은 협의를 마쳤다"며 말을 아꼈지만 주무부서에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시민 박모(54·여)씨는 "시가 대법원까지 가는 명도소송 끝에 뒤늦게 강제 철거에 나선 뒤 3년 넘게 임대료도 안 내고 배짱 영업을 하던 상인들한테 또다시 임진각관광지 내 특정 장소에 영업권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정은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도대체 파주시에는 그것들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파주=조병국 기자 chob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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