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구 감소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예고 없이 찾아 왔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에 학생 50명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전국적으로 평균 22명이 학급당 학생 수다. 이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초등학교 한 반에 12명만 있게 된다.

 의당 유치원,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보육 및 교육 관련 재화와 용역도 급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적인 현상 말고 줄어든 초등생 규모는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22명은 남녀 절반으로 구성되고 반에 따라 남학생이나 여학생이 더 많기도 하다. 즉 놀이나 체육, 창의재량 활동 등을 할 때 필요한 말동무나 단짝, 혹은 벗(友)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급격히 축소된 것이다. 남녀의 신체적·정신적 다름을 감안하면 동성(同姓) 10명 중에서 마음이 맞는 벗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단짝 맺기’의 유리한 고지는 형제·자매가 있는 학생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관계 맺기가 익숙하고 단련돼 있고 나름 노하우도 있다. 반면 외동들은 단짝 맺기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자족적 생활에 익숙해 있다 보니 상대에 대한 이해심이 낮을 뿐더러 연구 결과에서도 외동아는 사회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우 관계를 통해 사회성과 휴머니즘적 측면이 잘 발달돼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 관계 맺기를 담임 선생님이나 방과 후 교사들이 개입해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스스로 부딪치고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헤쳐 나가야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10명 중에서 얘는 이래서 나와 맞지 않고, 얘는 저래서 나와 어울리지 않고, 얘는 이미 누구와 단짝이고, 얘는 쌍둥이고 하면서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요즘 학부모들이 교우 관계까지 세밀하게 챙기고 개입해서 선을 긋다 보니 떼어 낼 ‘차와 포’는 더 늘어나는 지경이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누구와 단짝을 맺어야 할까. 한 반에 50명이면 누구라도 단짝 맺기에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 아직 너무도 어리고 철부지인 초등생들에게 소외와 외톨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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