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2일부터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이번 추경안은 예산의 ⅓이 재해·재난 복구 및 예방에, 나머지 ⅔가 경기대응 및 민생 지원에 편성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 예산 3천억 원도 추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이번 추경으로 3조9천억 원에 달하는 빚(적자 국채)이 더 늘게 된다. 걱정스럽기만 하다.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밝힌 재정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간 ‘재정수지(세입-세출)’ 적자만 19조1천억 원이다. ‘4대 보장성 기금수지’ 흑자분 17조4천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관리수지’ 적자는 36조5천억 원까지 올라간다. 2011년 집계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빚을 져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데도 청년층·노인층 수당은 물론 출산, 양육, 교육, 의료, 구직·고용 지원, 보훈 등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다양한 현금 살포식 복지 지출은 여전히 집행되고 있다. 기가 막힌 건 이를 견제하거나 통제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례 없는 세수 호황인지라,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성장률 추세가 급감하고 있다. 밖에선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파도가 몰려온다. 안에선 여전히 정신 못차린 정부가 시장과 기업에 개입하고, 노동개혁과 규제 개선엔 소극적이다.

 세수의 원천인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들어오는 게 줄면 당연히 나가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장기침체형 경제구조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갚기 힘든데도 빚을 내겠다는 건 훗날 자식들이 어떤 고통을 겪든 지금 나만 배불리 먹겠다는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다. 그들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인간다운 삶을 빼앗는 파렴치한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채무 증가야말로 가장 큰 적폐라 규정할 수 있다. 정치권과 위정자들은 부디 이 중대한 화두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아무리 총선과 정권 획득이 중요하다 해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여야 모두가 ‘정치적 이기심’을 억제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