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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유수지에 설치된 너구리 덫. /사진 = 기호일보 DB

‘너구리 습격을 막아라.’ 인천시가 너구리의 공격으로 초토화 위기에 놓인 남동산업단지 제1유수지 내 인공섬의 저어새 구하기 작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5일 시에 따르면 남동유수지 저어새 인공섬에서 성장해 둥지를 떠난 새끼는 2017년 233마리, 2018년 46마리, 올해 15마리로 급감했다. 올 4월 섬에 들어간 너구리가 저어새의 둥지와 알을 공격해 74마리만 부화했고 이 중 15마리만이 살아남았다.

 시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유수지 곳곳에 덫을 놔 너구리 6마리를 포획했지만 또 다른 너구리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 약은 너구리가 덫을 요리조리 피하며 섬을 휘젓고 다닌 탓이다.

 시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포식자의 저어새 섬 접근을 막을 묘수 찾기에 나섰다. ‘섬을 다시 만들자’, ‘섬 주변에 미끄러운 아크릴 울타리를 세우자’ 등 여러 방도가 제시됐지만 유수지의 방재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류됐다. 또 공사가 늘어질 경우 경우 저어새 서식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공이 비교적 수월한 전기 목책기 설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수시로 잡목 제거를 해 주는 등 품이 들고, 전력 조달을 위한 축전기가 물에 닿을 경우 방전될 우려가 크다. 축전기 대신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하는 방안 역시 날씨와 주변 환경에 따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시는 PE 방호벽 설치 방안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아크릴 울타리에 비해 설치와 고정이 간편하고 저어새 번식이 끝나고 나면 철거할 수 있어 유수지 방재 기능 유지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시는 오는 18일 환경부와 회의를 열어 PE 방호벽 설치 가능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포식자의 접근을 막기 위한 유수지 준설 작업(사업비 790억 원)에 필요한 국비 지원도 논의한다.

 시 관계자는 "너구리 등 포식자의 습격을 막을 방안을 궁리해 내년 번식기에는 저어새 피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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