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익히고 자원봉사도 배웁니다."

15일 오후 1시께 수원 천천고등학교 3층 체육관에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 100여 명이 모였다. 체육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가게’ 나눔행사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구경하려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온 것이다. 이 행사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3자(三者)로 구성된 ‘천천고등학교 교육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조합)이 주최했다.

체육관 곳곳에 백화점 판매대처럼 설치한 길다란 책상 위에는 학용품과 생활용품을 비롯해 의류와 가방 등 각종 물건이 곱게 진열돼 있었다. 모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기부한 중고 물품이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새 제품인 것처럼 비닐 포장까지 해 놓은 물건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어들며 그 앞에 부착돼 있는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여학생은 체육관 한쪽에 설치된 환전소에서 ‘학교 지폐’를 구입해 재빨리 구입했다. 이 지폐는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든 것으로 1천 원권·3천 원권·5천 원권 등 총 3가지 종류로 제작됐다. 한 명당 1만 원까지 구입 가능했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3학년 김동호(18)군은 "평상시 조합에서 교내 매점만 운영하다 보니 학우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이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정확히 몰랐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홍보하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수원 천천고가 지역 최초로 교내에 출범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신개념 자원봉사’를 선보이며 새로운 봉사활동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5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인가를 받아 설립한 조합은 기존 위탁 형태로 운영되던 교내 매점이 문을 닫은 게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간식을 사 먹을 휴게공간이 사라지자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이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매점을 직접 운영해 보자는 데까지 뜻이 모아졌다.

조합은 전교생 803명 가운데 학생 60명(7.5%)을 포함해 학부모 31명, 교사 12명 등 총 103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조합 운영 과정에 학생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이사진 12명 가운데 5명을 학생으로 채웠다. 조합은 매점 및 나눔행사에서 올린 수익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우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학생자율동아리에서 사용하는 활동지원금 등 각종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특히 수원시자원봉사센터 봉사수요처로 등록돼 교내 활발한 봉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박경신 조합 이사장은 "학생들이 직접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점을 운영하다 보니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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