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의 조조에게 의탁했던 유비에게 기회가 왔다. 황제를 참칭했던 원술이 거듭된 실패에 견디지 못하고 하북의 원소에게 구원을 청하려 서주 땅을 지나게 됐던 것이다. 유비는 재빨리 조조를 찾아가 자신이 직접 서주로 가서 원술을 붙잡겠다고 약속하며 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조조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병력을 내주자 유비는 그야말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듯이 허도를 떠나 서주로 달려갔다. 관우와 장비조차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며 말렸다. 이때 유비가 대꾸했다. "그동안 허도에서 나는 조롱 속에 갇힌 새요, 그물에 걸린 물고기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이제 그곳을 벗어났으니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가고 새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하구나."

 이후 유비는 서주에서 독립했고 갖은 고생을 했지만 영웅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조롱 속에 갇히 새,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한마디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비유다. 오늘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형편을 말한다면 딱 들어맞는다고 하겠다. 물론 무능·부패·탈법을 일삼던 사회 지도층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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