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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진 과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본격적인 더위로 시민들은 피서지를 찾아 더위를 식히거나 밤늦게 열대야를 달래면서 계곡, 공원 등에서 음주 후 운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옛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 보자면 모름지기 술(酒)이란 잘 먹으면 보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되레 독약이자 패가망신(敗家亡身)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크게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제2윤창호법’이 시행됐다. 강화된 법안에 따르면 면허정지 처분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 수치는 혈중 알코올농도 0.1%에서 0.08%로 낮아진다. 음주운전 벌칙 역시 징역 5년과 벌금 2천만 원으로 상향되며 피해가 크거나 상습범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처해진다.

 특히 ‘제2윤창호법’은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단속에 걸린다. 혈중 알코올농도 0.03%는 소주 한 잔을 마셨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단 한 잔을 마셔도 운전은 안 된다’는 것으로 음주운전만큼은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음주운전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제2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자신은 물론 가정과 타인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 법 감정을 담아 ‘음주운전은 곧 패가망신의 지름길’임을 일깨워준다. 음주운전 발생 원인으로 얼마 안 마셨는데 "설마 걸리겠어","아침인데"라는 잘못된 판단과 "한두 잔은 괜찮겠지","조금만 가면 되는데"하는 안이한 생각이 문제다.

 옛말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잘못된 음주운전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취포 불가주거마(醉飽 不可走車馬)’라는 말이 있다. 술이 취한 상태로는 말이나 수레에 올라타지 말라는 뜻이다. 외국의 음주운전자 처벌을 살펴보면 미국은 상습적 음주운전자는 알코올 시동 잠금 장치를 부착해야 운전이 가능하고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1급 살인죄 적용 및 종신형을 선고한다. 캐나다는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 발생 시 최대 10년까지 면허 박탈과 징역형,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진다. 엘살바도로는 적발 즉시 사형을, 핀란드는 한 달 월급 전부를 벌금에 처하고 터키는 30㎞ 떨어진 곳에 버린 뒤 집까지 걸어 오게 한 후 집에서 구속하고, 호주는 어제의 음주운전자 신문에 이름을 게재해 망신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음주운전에 비교적 관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분위기 탓도 크다. 그동안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를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처벌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박한이 선수가 숙취운전으로 적발돼 KBO리그 최고령 타자가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박한이는 16년 연속 100안타를 비롯해 통산 2천174안타(3위) 146홈런 906타점 1천211득점(4위)을 기록하며 삼성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오랜 기간 활약했지만 아침 차량을 운전해 자녀를 등교시킨 후 귀가 도중 접촉사고로 음주운전이 적발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음주운전은 자신의 잘못이 혼자만의 책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가정은 물론 애꿎은 피해자의 가정을 불행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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