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글로벌 도시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다. 최근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외국 기업과 학교 등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내 외국인 주민의 증가를 불러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7천869명이었던 인천지역 내 외국인 주민등록인구는 올 5월 말 기준 7만331명으로 늘었다.

인천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주민과 기존 주민들 간 어울림은 지역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각종 지원센터 등 외국인 주민 정착을 돕기 위한 시설이 생겼지만 결국에는 주민 간 소통과 어울림이 가장 중요하다. 10여 년간 인천에서 생활 중인 김소원(35·여)씨에게서 ‘외국인으로서 인천에서 살아가는 얘기’를 들어봤다.

▲ 인천 계양구에 거주 중인 결혼이주여성 김소원 씨.
# 낯선 땅에서 느낀 소통의 절실함

 소원 씨의 개명 전 이름은 ‘위티훙’으로, 2006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첫 신혼집은 서울에 꾸렸다.

 필리핀에서 홀로 건너온 소원 씨에게 한국 땅은 너무나 낯설었다. 남편이 직장에 가 있는 동안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는데, 한국어를 익히기 전이라 힘든 일이 많았다. 장을 보러 시장이나 마트에 가고 싶어도 지도와 이정표를 읽지 못했고, 말도 통하지 않아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루는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 급한 마음에 홀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설명을 해 줘도 왜 아픈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눈물도 흘렸다.

 결국 소원 씨는 한국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질 때까지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천으로 넘어왔다. 남편이 인천 출신이었던 터라 동서 등 시댁 사람들이 인천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원 씨 부부는 2008년 계양구에 두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인천에서 소원 씨는 우선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전보다 더 지역사회에 스며들고 어울리려면 소통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서울 생활을 통해 한국어를 모르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만큼 언어에 대한 절실함이 컸다.

 계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니기 시작한 소원 씨는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외에 집으로 교사가 찾아오는 방문교육도 참여했다. 교사들에게서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문화, 주민 이야기 등도 전해 들었다.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웃과 얼굴을 볼 기회도 늘었고, 한국어 실력도 점차 나아졌다. 그렇게 지역사회에 조금씩 적응한 소원 씨는 현재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에도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 동화책을 읽어 주며 함께 언어 공부를 하는 등 한국어 실력을 기르고 있다. 소원 씨는 "한국어는 배울수록 어려운 것 같다"고 웃으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대화가 통해야 이웃과 더 친밀해지고 지역과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요리 교실에 참여한 주민들.
# 이웃과 어울려 사는 삶

 소원 씨는 2008년 계양구로 왔을 당시 자리잡았던 빌라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이제는 한국말도 많이 늘어서 주민들과 오가며 인사도 하는 사이가 됐다. 이웃들 역시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는지,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등 많은 관심을 가져 준다. 특히 주변과 가장 많이 소통하는 주제는 바로 육아다. 현재 소원 씨는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둔 엄마다. 아이들은 올해로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7살이 됐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킬 때마다 이웃과 얼굴을 마주칠 때면 육아수당부터 올바른 교육 방법, 맛있는 음식 조리법 등 동네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센터 역시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소원 씨는 10년 넘게 센터를 다니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었다. 뜨개질, 요리교실, 자조모임 등 여러 활동에 재미를 붙였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소원 씨와 같은 다문화 주민들은 물론 기존 계양구 주민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소원 씨는 벌써 한국인 주민 3명과도 친해졌다.

 센터 교사들은 소원 씨의 든든한 정신적 지원군이다. 10년 넘게 센터를 다니다 보니 웬만한 교사들과는 친분이 있다. 올해 새로 온 교사들과는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꾸준히 한국어 공부는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원 씨가 센터 교사들에게 가장 많은 위로를 받은 건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다. 첫째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당시 그는 사정상 태교는 물론 산후조리까지 거의 혼자 해야 했다. 교사인 동서가 방과 후 들러 살펴봐 주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다 보니 외로움도 컸다. 그래서 셋째 아이를 갖게 되자 그 외로움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다.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이 바로 센터 직원들이다.

 소원 씨는 "당시 선생님들이 위로도 많이 해 주고, 먹고 싶은 과자를 챙겨 주려고 하는 등 곁에서 많이 도와줬다"며 "특히 ‘아이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니 마음 편하게 가지라’는 말씀에 힘을 많이 얻었고, 이래서 이웃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 제2의 고향 인천

 소원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고향 생각이 많이 났다. 가뜩이나 언어가 되지 않다 보니 이웃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인천으로 넘어와 가족과 가까이 지내고, 센터까지 다니면서 친구를 만들었다. 10년 넘게 산 빌라와 이웃과도 정이 많이 들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야 사회의 한 구성원이 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 소원 씨의 직장 역시 계양구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계양구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행정보조로 일하고 있다. 다문화 주민이라고 해서 차별을 한다거나 다르게 보는 일 없이 한 명의 직원으로 존중해 준다.

▲ 계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 교육 프로그
 소원 씨는 "채용 정보를 보고 직접 도전해서 선발됐는데, 팀장님이나 주사님들이 많이 챙겨 주셔서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점심시간 후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자주 하진 못하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일에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소원 씨는 인천시민으로서 계속 정착해 살아갈 생각이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등 이 지역을 좋아한다. 그런 만큼 인천이 앞으로도 외국인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친밀한 지역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소원 씨는 "요즘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다문화 아이들이나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생겼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컴퓨터도 배워 일을 더 잘 하고 싶고, 주민들과도 더 많이 어울리면서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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