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원장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누구한테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사회복지법인 손과손이 운영하는 예림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는 박철호(56)씨가 도경옥(45)원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랑으로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감싸주는 도 원장의 보살핌이 있어 살 수 있었고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 원장은 박 씨가 머무는 공동생활가정을 비롯해 총 5개소를 총괄하고 있다.

 공동생활가정은 지적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 아파트나 빌라 등 일반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4∼5명의 장애인이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데 이들은 독립생활이 가능하고 일정한 소득이 있어 서로 경제적 부담을 나누면서 공동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이 자립생활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개인위생관리와 가사활동 전반에 관한 가정·건강 관리, 식생활, 의생활, 경제활동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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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예림공동가정에서 박철호 씨와 동거인들이 밝게 웃고 있다.
# 함께 해서 행복한 예림공동생활가정

 박 씨는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다른 이용자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방이 2개로 2명씩 한 방을 쓴다.

 "4명이 한집에 같이 사는데 사이가 좋습니다. 식사 당번과 청소 당번으로 나눠 집안일을 함께합니다. 밥과 반찬을 맛있게 하고, 청소기로 청소도 하고, 걸레질도 하고, 화장실도 닦습니다."

 이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큰형으로서 역할까지 하고 있는 박 씨는 서로 싸우지 않고 재밌게 그리고 거주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규칙과 규율이 엄격한 거주시설에 비해 공동생활가정은 자율성이 보장돼 개인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다.

 이들이 독립생활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도 원장이 옆에서 "철호 씨가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방을 자주 간다"고 운을 띄우자 박 씨가 말했다.


 "아버지가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서 부르기도 했고요.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노래방을 갑니다. 노래가 좋아 전국노래자랑도 나갔었는데 예선전만 3번이요. 그런데 떨어졌습니다.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노래방에 가는 것은 아니다. 박 씨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밥을 먹고 8시30분까지 직장에 간다. 보통 오후 5시 15분이면 일이 끝난다. 그러면 집에 돌아와 다른 이용자, 사회복지사와 같이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뒤 9시에 잠이 든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사회적 기업 ‘핸인핸’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손과손이 운영하는 핸인핸은 경쟁 고용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품 생산시설이다. 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핸인핸은 동구 송림동에 있는 칫솔 사업부와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카트리지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칫솔 사업부에서는 칫솔, 치간, 치실 등 구강용품을 생산한다. 카트리지 사업부에서는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를 생산하며 수익금은 중증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과 복리후생 개선에 사용한다.

 도 원장은 과거 직장에서 엘리트였던 박 씨가 지금은 단순 작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제품에 스프링을 끼고 나사를 박고 뚜껑을 덮고 포장하는 일이다. 지적 장애인들은 10년이나 15년 빨리 노화가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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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호 씨
 그래서일까. 박 씨는 봉사활동도 예전만큼 활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동네 환경지킴이 활동만 한다.

 "노인정에 음식을 갔다 주고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청소도 해주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한 시간씩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동네 가꾸기에 열심히 노력하자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줄어들었다. 이곳에 처음 자리를 잡을 때만 해도 왜 여기에 와서 사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던 주민들이 지금은 동네를 깨끗이 가꾸느라 수고한다며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사주기도 한단다. 이제는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웃사촌이 됐다.

# 박철호 씨와 도경옥 원장

 박 씨와 도 원장의 만남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당시, 도 원장은 갓 입사한 신입 직원이었고, 박 씨는 거주시설인 예림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 씨는 도 원장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의 헌신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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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옥 원장
 "원장님이 예림원에 오셔서 꼬마애들을 씻기고 돌보고 하시는데 그때 원장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온 몸을 바쳐서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들을 돌보면서도 힘들다는 말도 없으시고 아프면 병원도 데려다 주시고 항상 잘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박 씨의 예상치 못한 말에 도 원장은 눈물을 감추느라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가 도 원장을 ‘우리의 어머니’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서다. "원장님은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시며 항상 우리를 돌보시는 어머니이십니다."

 도 원장은 눈물을 훔치며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공동생활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 사는 것입니다. 철호 씨를 비롯해 이용자 24명이 돈을 잘 벌어서 돈을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애인들이 받는 것에 익숙한 삶이 아닌 직업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저조차도 열정을 많이 쏟았는데 ‘왜’, ‘왜’라고 속으로 외치며 속상해 하기도 하고 무척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느리더라도 앞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요. 인간은 다 다릅니다. 우리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고 구별 짓지 않고 긍정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봐 준다면 더 나은 세상,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사진=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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