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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올드 세대도 영 세대도 "대화가 필요해"

세대 갈등 해법을 말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2019년 07월 19일 금요일 제43면

노인과 탄생, 청년과 죽음은 쉽게 매칭하지 않는 단어다. 노년기는 삶을 마감하는 시기이고 청년기는 무언가를 이뤄 나가야 할 변화의 시기라는 관념 때문이다. 이 관념에만 묻힌 지금의 한국사회는 젊은이가 노인을 ‘꼰대’라 칭하고, 노인은 젊은이를 이기적이라 말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을까. 청년의 육아를 돕는 노년세대와 노년의 마지막을 지키는 청년에게 세대를 초월한 어울림의 묘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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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미추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김광복 씨가 보육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듬는 실버세대 김광복(66)씨

 김 씨는 요즘 인생 세 번째 육아를 한다. 일찍이 자녀들을 키워 내고 10여 년 전 손주까지 맡아 돌본 이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이제 갓 노인세대에 접어든 그가 다시 보육 현장에 뛰어들게 된 것은 인천시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서였다. 지난 3월부터 미추홀구 성은어린이집에서 수업을 보조하거나 식사를 돕고 있다. 평일 오전에 나가 3∼4세반과 5∼6세반 아이들을 돌본다.

 육아 경험으로는 베테랑이지만 요즘은 아이들을 양육하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중장년이나 노년층이 과거의 경험으로 "젊은 사람들은 쉽게 애들을 키운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젊은 부모들이 일하면서 양육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씨는 "직장을 다녀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을 텐데 요즘 엄마들은 아이도 돌봐야 하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일도 많다"며 "특히 요즘 아이들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 보니 집에서 교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아이 낳기를 꺼려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학원비나 교육에 드는 돈이 너무 많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씨처럼 조부모가 도울 수 있는 상황이면 좋지만 곁에서 볼 때 여의치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김 씨는 윗 세대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할 때 세대 갈등이 생긴다고 봤다. 청년들이 부모세대와 출산·양육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이유도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내 세대와 젊은 세대가 맞지 않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방식을 인정해 줘야 한다"며 "아기들을 돌보려면 눈높이를 맞춰야 하듯이 세대 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와 경험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보육 현장에서도 느낀다. 20대 교사들이 능숙하게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볼 때다. 사랑과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젊은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때 뒤처지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을 다독이는 것은 김 씨의 몫이다. 아이들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김 씨를 따른다. 그가 생명을 길러내는 일에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할머니와 같이 자라거나 자주 만난 아이들이 어른들을 공경하고 다가가는 방법도 안다. 자주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세대 갈등을 푸는 실마리다.

 그가 젊은 세대에 바라는 점은 단 하나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자녀들에게도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 씨는 "세월이 지나면 느끼게 되겠지만 옮고 그름에 대해서는 엄마들이 알려 줘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생명이 소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나누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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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지도사로 근무 중인 최대영 씨가 세대 갈등 해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삶의 마지막을 지키는 청년세대 장례지도사 최대영(28)씨

 최 씨는 군대에서 갓 제대한 20대 초반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회에 나왔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녹록지 않은 세상을 경험했다. 그때 파트타임으로 시작한 일이 묘지 이장이었다. 부평가족공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짧은 기간은 5년 뒤 직업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죽는구나’, ‘누구든 끝이 있구나’ 그때 느꼈다.

 최 씨가 하는 일은 한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는 일이다. 임종부터 매장까지 꼬박 3일을 유가족과 함께 한다.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자기 생활도 제대로 없는 고된 직업이지만 일을 통해 삶을 대하는 그의 시각은 달라졌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되 대립하지 않고 화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죽음을 통해 삶의 자세를 다양하게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도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념 갈등과 남녀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등 사회적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서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이상만 주장하다 보니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 씨는 프랑스를 비롯해 철학이 발달한 나라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대화가 이뤄진다면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에서 죽음이라는 화두를 꺼내면 분위기가 다운되기 때문에 쉽게 다루기 어렵다"며 "하지만 죽음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게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 자존심만 내세워 대립하고 싸우는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사회양극화 중 세대 문제는 중장년층이나 노년세대와 접점이 많은 그에게도 하나의 고민이다. 장례지도사를 4년 동안 해 오면서 가족상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옛날 장례는 가족이 끈끈하게 뭉쳐 애통해하는 자리였지만 요즘은 치러야 하는 하나의 의무이자 절차가 됐다고 느낀다. 개인의 생활이 있고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다 보니 가족 관계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고, 한데 모여 3일간의 식을 치르기도 쉽지 않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절차를 간소화해야 세대 사이에서 느끼는 부담감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작은 장례와 착한 장례에 대한 논의는 일부 형성된 상태다.

 최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년세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핵가족화와 개인화로 고독사가 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취약계층의 죽음도 사회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 첫 직장인 사고사 전문 병원에서 원룸이나 고시텔에서 고독사하는 노인들의 장례를 치르며 든 생각이다. 서울에서는 지난해부터 무연고자의 추모식과 장례식을 치러 주고 있다. 물론 죽음을 맞기 이전에 고립되지 않도록 돌봄 프로그램이나 사람들과 연결돼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죽음에 대한 사회분위기와 한국의 장례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그는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웰다잉’ 개념이 보다 확산되길 바랐다. 지금의 삶을 잘 살고자 하는 생각들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최 씨는 "사람들이 가볍고 심각하지 않게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생각의 차이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있으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노희동 객원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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