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많다. 물론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주변 환경에 따라 각자 그리는 소확행은 다양하다.

 다만 ‘가족’과 함께하는 소확행은 누구나 동경할 듯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하고 보듬어 주는 가족과 ‘포근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은 각박한 세상을 버티는 가장 강력한 힘이 돼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내나 자녀에게 밥 한 끼 거뜬히 할 수 있는 식사와 허기를 맛나게 달랠 수 있는 간식을 해주고픈 남편과 아빠가 부쩍 많아진 경향도 비슷한 맥락일 터.

 최근 요리를 좀 할 줄 아는 소위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은 식구들은 물론 주변 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특히 평소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가 쉽지 않은 맞벌이 가정에서 가끔이라도 아내나 자녀의 ‘전속 요리사’를 자처하면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기 요리를 통해 가족과 동료에게 사랑과 나눔의 어울림을 전하는 자칭 공무원계의 ‘백종원’으로 불리는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이종섭 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 경기중기청 이종섭 팀장.
# 요리의 시작은 ‘미안함’

 "어느 순간 틀에 박힌 삶 속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졌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며 "가족을 위해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다. 그 후 주말마다 요리를 해야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 생겼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조정협력과 팀장으로 일하는 이종섭 씨에게는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하나 있다. 바로 ‘요리하는 아빠’, ‘경기중기청 백종원’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요리하고, 직접 개발한 요리 레시피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해 나눔의 어울림을 전하는 ‘사랑의 요리나눔이’다.

 요리의 시작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서 시작됐다. 15년째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공무원 생활 중 5일 출근 중 3일은 야근을 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아내와의 대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그래서 2010년 주말부터 냉장고를 뒤져 남은 재료를 갖고 무턱대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 후 어설픈 요리를 가족들과 먹으면서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됐다. 지난 2016년에는 화성시에서 주최한 ‘아빠와 함께 요리대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이 팀장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주말이라도 정성이 담긴 ‘집밥’을 만들어 같이 이런저런 한 주간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주말 집밥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9년이 됐다"며 "처음에는 김밥, 스파게티 등 비교적 쉬운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식, 양식, 중식 등으로 요리 범위를 확대해 이제는 70여 가지의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실력자가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이종섭 팀장이 일하는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모습.
# 요리를 통한 ‘나눔의 어울림’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앞치마를 맨다.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가족의 식사를 챙긴다. 잘한다고 말하니 더 잘하고 싶은 요리. 요리경력 9년 차에 들어가는 이 팀장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요리 레시피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 그의 요리 레시피를 받아보는 구독자는 37만 명이며, 440여 명이 정기적으로 레시피를 받아보고 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개발한 레시피를 나누고 반응을 피드백 받으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삶의 활력소가 된다"며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요리이므로 정직하고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해 공유하겠다는 책임감과 신중한 생활 태도로 살아가겠다는 삶을 스스로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요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모습
 이어 "요리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데서 시작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내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리시작 후 직장생활도 즐거워졌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전체 살림을 담당하는 팀장으로 근무하는 그는 모든 직원들을 챙기고 살펴봐야 하는 업무이기에, 누구보다도 살갑게 이야기를 붙여야 한다. 이때 가장 좋은 이야기 소재가 요리다. 요리 이야기를 통해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재료의 속성을 알려주면서 직장생활 내 어려움이나 근황을 자연스럽게 물어보면서 소통 시간도 늘었다.

 그는 "요리는 많은 재료와 양념의 오묘한 조화가 맛을 좌우하는데 직장생활도 다양한 성격의 동료들과 소통해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동료의 성격이 다름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버무려가는 자아를 만들어가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를 통해 가족, 직장, 온라인 등 모든 곳에서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이들과 어울림의 시작은 바로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 요리를 하고 있는 이종섭 팀장
# 꿈을 꾸게 만든 ‘요리’

 그는 벌써 퇴직을 꿈꾼다. 퇴직은 10년 정도 남았지만, 퇴직 이후 계획은 이미 정했다. 동네의 한 귀퉁이에 조그마한 음식점을 차려 하루에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 제철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게 꿈이다.

 박사학위까지 있을 정도로 학구파인 이 팀장은 일부러 요리자격증을 따지 않는다. 틀에 맞춘 요리가 아닌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다.

 퇴직 후 꿈을 위해 틈틈이 제과제빵도 배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를 더 개발해 무료로 온라인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처럼 가족들을 위해 집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그는 "공직을 퇴직한 후에는 조그만 음식점을 차려 돈벌이가 아닌 정직하고 건강한 요리로 이웃과 ‘나눔’을 통해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하는 게 꿈"이라며 "앞으로도 요리를 통해 느낀 행복과 배움을 주변인들과 함께 나누고, 어울리면서 소소하게 살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이종섭 경기중기청 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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