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 농업을 장려하는 말이다.

 이 글귀는 예전에 시골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도시화가 우리 사회의 큰 바람으로 불어오자, 이 글귀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랬던 ‘농자천하지대본’이 2000년대 들어오면서 농촌에 대한 ‘향수와 도전’이 우리 사회에 찾아왔고, 사람들은 다시 흙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는 도시민들이 농촌에 대한 회상, 농촌에 대한 그리움, 농촌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 등을 찾아가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도농상생(都農相生)’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나타나면서 도시민이 농민으로 변해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 공동체가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매개체 중 하나인 ‘도시농업’이라는 분야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농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지도자들은 ‘공동체로 인해 도시농업을 하는 것보다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도시농업을 만드는 도시민과 농민이 한데 어울려 ‘건강한 농사’를 지을 때 진정한 공동체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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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들이 농작물을 심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도시농업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출발

 도시농업의 시발점인 주말농장은 1980년대 이후 농협에서 시작했지만, 개념적으로 도시농업으로 정착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도시농업은 2004년 ‘전국귀농운동본부’가 본부 내에 도시농업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때부터 개념적으로도 정립돼 갔다.

 인천의 도시농업은 2007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설립되면서 정착됐다. 당시 도시농업의 개념을 시작한 곳이 전국귀농운동본부였지만, 도시농업을 실천하기 위한 단체(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결성한 것은 인천이 전국에서 최초였다.

 이어 도시농업은 2009~2010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단체들이 점점 늘어났고, 민간의 호응이 높아지자 2011년 도시농업 관련법이 제정, 2012년부터 실행되면서 법의 보호 아래 보다 단단한 정책으로 확산됐다.

 당시 전국귀농운동본부는 귀농정책을 펴도 도시민들의 농촌 정착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농민, 예비농부 등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노시농업을 장려했다.

 하지만 인천은 좀 다르게 접근했다. 인천은 환경·공동체·사회·복지 등 도시의 다양한 문제점을 농업이라는 매개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결국 전국귀농운동본부는 ‘농(農)’적 개념이었다면, 인천은 ‘도시의 농업이라는 의제가 필요하다’로 접근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도시네트워크는 도시문제를 농업과 맞물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도농상생’이라는 결과물을 얻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농업운동’을 전개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곳을 도시농업을 통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삶의 방향으로 찾아가는 것을 근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활동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2항 및 관련규칙 제3조3항에 따라 2014년 2월 10일 ‘도시농업지원센터’로 지정받았다.

 그런 후 지금까지 ▶도시농업기초과정(도시농부학교) 운영 ▶도시농업 체험 및 실습 프로그램 운영 ▶도시농업관련 컨설팅(도시농업활동가·도농교류·텃밭교육 워크숍 정기진행) 지원 ▶도시 텃밭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제공 ▶도시농업과 관련한 교류협력사업 등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2014년 2월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받아 ‘도시농업전문인력 양성’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도시농업전문가과정은 도시농업의 이해, 기반조성, 재배기술, 프로그램 개발, 법, 리더십, 평가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2017년 개정된 ‘도시농업법’에 따른 국가자격증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활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텃밭가꾸기’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이 참여하는 ‘학교 텃밭’이 제일 많다.

 초창기인 2010년부터 ‘생태텃밭교실’을 개설해 매년 60~80곳에 정기적으로 3~11월 단위로 하는 1년 농사를 아이들과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수가 무려 연간 3천~4천 명에 달한다.

#도시농부의 마음가짐

 대도시를 중심으로 온 나라에 퍼지는 도시농업은 사람들의 경작본능을 일깨우며 확산되고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도시농부들은 도시농업운동의 시작과 함께 도시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천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농부는 ▶회색의 콘크리트와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생명이 자라는 녹색 공간으로 만들자 ▶단절된 세대와 이웃, 사람과 사람 관계를 잇는 공동체텃밭을 만들자 ▶버려지는 유기자원을 이용한 자원순환 퇴비 만들기, 빗물의 이용, 화학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의 방식을 배우고 실천하자 ▶꿀벌을 기르며, 풀과 곤충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생태도시의 미래를 일구자 ▶텃밭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며, 농부학교를 통해 시민교육의 장을 형성하자 등을 모토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중장기계획

 자체 평가한 결과, 인천이 도시농업 단체가 전국 최초로 결성됐음에도 다른 지역보다 도시농업 활성화가 더딘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행정에서 관심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있지만, 인천시 차원에서 네트워크는 없다. 정책 등이 미약하다. 결국 인천은 민간은 있으나, 기관 주도의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일단 중장기 계획으로 ‘기초자치단위의 도시농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천의 기초자치단체는 남동구와 부평구, 미추홀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개인적으로 진정한 도시농업은 ‘공동체’다. ‘콩 세 알’을 심으면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하나는 새가 먹는다는 나눔의 미덕과 같이 도시농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서 진정한 어울림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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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농업지원센터장으로 인천도시농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김충기(41)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도시농업을 통해 ‘건강한 농사’를 지어 공동체 속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도시민들을 많이 보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이 많아지면 도시공동체도 많아지고, 그 공동체 자체가 지향하는 바가 농촌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개인화와 획일화가 아닌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토대가 도시농업"이라고 공동체 중요성을 꼬집었다.

 이를 위해 그는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을 예를 들었다.

 김 대표는 "커뮤니티 가든에서는 한국의 주말농장, 텃밭 등과는 달리 공유지에다 가든을 형성, 마치 공원처럼 꾸며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와는 달리 한번 분양을 받으면 관에서 만든 규정(1년에 8시간을 텃밭관리를 위한 자원봉사 이행)을 준수하면 어느 기간 동안 자신의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공유지를 같이 가꿔 간다는 인식 속에 농장이 운영되다 보니 지속성과 공동체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건강한 농사’라는 원칙 아래 나만 바라보는 농사가 아닌 우리를 위한 농사로 도시농업이 이뤄진다면 분명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도시농업의 미래지향성을 제시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사진=<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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