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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낯선 이주민 아닌 ‘우리 이웃’ 되니 변화가 시작되다

평택 안정리 마을재생 프로젝트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2019년 07월 19일 금요일 제35면

경기도 평택과 충청도 둔포 경계에 ‘안정리’라는 마을이 있다. 평택시 근교에 위치한 안정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활주로가 들어섰다. 한국전쟁이 얼어난 뒤 1952년에는 미공군이 일본군의 활주로를 주둔기지로 확장하면서 안정리는 군사기지 마을이 됐다. 농촌 마을이 기지촌이 되자 미군들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안정리는 북적거렸지만, 시간이 흐르며 쇠락(衰落)의 길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평택시는 경기문화재단에 의뢰,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된다. 2013년 2월부터 본격화 된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들과 상인들, 미군들이 소통하게 만들었다. 쇠락한 기지촌의 변화, 어울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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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잉워크숍에 참가한 소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쇠락에서 시작된 작은 희망

 안정리 기지 주변 로데오거리는 한때 400여 개의 상점이 있었을 만큼 호황이었다. 그러나 뉴타운 문제로 인한 주민들 간 갈등이 고조됐는가 하면, 한때 호황을 누리던 로데오거리 점포가 100여 개로 줄어드는 등 쇠락과 더불어 주말에도 인적이 드문 쓸쓸한 마을이 됐다.

 2010년이 지나 점포는 100개 이하로 떨어졌고, 공간이 경제적 목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잠식당해 장기간 빈 건물과 버려진 물건들로 방치되기도 했다.

 이를 변화시키려는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6천여 명이 거주하고 6만여 명의 이주민이 머무를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의 외관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그만큼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마을의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마을이란 공간은 유기체와 같아서 그 안의 구성원들 간에 무수히 많은 부딪침을 통해 내발적 움직임이 일어나고서야 비로소 자가 동력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 서로를 이해하기부터 시작

 이에 경기문화재단은 2013년 2월부터 평택시의 의뢰를 받아 ‘지역문화 교류기반 구축’이라는 목적으로 위탁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17년까지 K-6 캠프 험프리스에 통합 미군기지가 조성될 것을 대비해 ‘거주민’과 ‘일시적 이주민’ 간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 기반 조성이 주된 과제였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미군기지 이전 · 확장 계획이 안정리 주민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여겨졌고, 상인들과 주민들은 쇠락한 안정리를 보다 발전시키길 원했다.

▲ 안정리에서 열린 비누제작워크숍에 참가한 주민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창기, 마을 주민들과 상인들의 의견을 경청한 재단은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었다. 수년간 갈등의 골이 깊고 무관심하기만 했던 주민들은 닫힌 대문을 열고 이웃과 낯선 이주민들과 노는 법을 경험했다. 미군기지가 생긴 1953년 이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화된 문화적 관계가 만들어지고 지속된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작은 회의, 소규모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된 활동은 점차 지역사회라는 공통적인 관심사 속에서 함께 ‘안정리’를 고민하고, 공적인 활동으로 확장돼 갔다.

 첫해, 경기문화재단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마토예술제’와 같은 축제 성격의 문화교류 기반 구축에 주력했다. 또 옛 팽성보건소를 리모델링한 ‘아트캠프’ 조성에도 매진했다.

 이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우선, 팽성예술창작공간 ‘아트캠프’ 개관이 눈에 띈다. 축제 외에도 지역과 문화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일상공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아트캠프’라는 커뮤니티 거점을 기반으로 오픈키친 · 쿠킹클래스, 업사이클링 골목(木)공방, 여름방학 프로그램, 다문화 마을정원 만들기, 크리스마스 파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또 ‘한미문화예술교류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지역주민, 상인, 미군이 소통 및 협력할 수 있는 안정적인 플랫폼을 갖게 됐다.

 세 번째 해에는 지역문화 교류 기반 사업으로, 마을환경 개선, 다문화정원 조성, 골목환경 개선·꽃피는 안정리를 진행했다. 마을 축제로는 마토예술제와 코스튬플레이 페스티벌, 안정리생활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다문화정원 조성은 팽성 청소년문화의집과 연계해 지역 청소년들의 참여로 완성됐고, 골목환경 개선은 안정리의 오래된 골목 중 일부 구간을 주민들과 함께 아름답고 정겨운 골목으로 가꾸고자 노력했다. 주민과 미군 가족이 미술 수업과 도자기 수업을 하며 모은 작품으로 골목갤러리를 조성하고, 부조벽화 · 벽화 · 벤치·화단 등을 함께 만들었다. 코스튬플레이 페스티벌에 맞춰서는 골목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 긍정적 시너지는 계속된다

 지난 6월 7일부터 9일까지 캠프 험프리스와 안정리 일원에는 ‘제1회 한미 어울림축제’가 열렸다. 3일간 열린 축제에는 내·외국인 8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평택시, 미8군사령부가 공동 주최한 축제는 미 육군 헬기 레펠과 미군장비 전시 체험, 특공무술 시범, 의장대·군악대 공연, 체험부스 운영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이 축제에 대해 미8군의 제안이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시작된 안정리 마을재생 프로젝트가 파생해 낳은 긍정적 시너지라는 평가다.

▲ 마토예술제를 통해 열린 플리마켓 .
 안정리 프로젝트는 현재 경기문화재단에서 평택시와 평택시국제교류재단으로 공이 넘어갔다. 지난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내부인과 외부인’이 마을이라는 공간 거점에 활력을 불어 넣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안정리 마을재생 프로젝트의 시발부터 함께한 마토예술제가 열렸다. 7회째를 맞는 행사는 형형색색의 컬러와 캐리커처를 주제로 홀리존(Holi Zone), 컬러존(ColZone), 캐리커처존(Caricature Zone)으로 나뉘어 운영됐으며, 여전히 주한미군과 함께 해온 안정리 지역의 특성을 장점으로 살려냈다는 후문이다.

 안정리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기문화재단 조지연 차장은 "마을의 삶을 돌아보며 마을을 지킨 안정리 사람들이 보물이고 (참여한 예술인 등은)그 가치를 발견해 준 시간이었다"며 "주민 스스로 얻은 자부심이야말로 큰 동기 부여가 됐고 앞으로 마을을 일구는데 큰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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