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폐교 공간이 복합문화 향유의 터전으로.’ 수원시 서둔동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가 최근 모든 세대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당초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가 머물던 이곳은 2003년 농생대가 이전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 내 흉물로 방치돼 왔다. 그런 공간이 2016년 개장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문화가 어우러지고 세대 간 장벽을 허무는 어울림의 장소로 인식돼 가고 있다.

▲ 방치된 폐교 위에 조성된 ‘복합문화 공간’ 경기상상캠퍼스 안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청년들.
# 생명이 싹트던 공간이 한순간에 폐교부지로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소재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부지. 이곳은 과거 경기농업의 중심지였던 수원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인 1904년 대한제국에 의해 창립된 서울대 농생대의 모태 농상공학교가 1907년 수원으로 옮겨 와 수원농림학교로 바뀌면서 수원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 서울대 농생대가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문 닫힌 폐교시설과 용도폐기되면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연구부지만 남게 됐다. 한순간에 생명이 싹트는 농업생명 연구의 공간에서 지역의 흉물로 전락했다.

 총 26만8천487㎡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는 13년 넘게 버려져 있었다. 모두가 그 존재를 알고 있지만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았던 공간. 사람들과 도시의 외면은 이곳에 비밀의 숲을 키웠다. 버려졌기에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녹지가 조성된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농생대 부지는 우리나라 근대농업 발전의 산실인 동시에 강의동·연구동·기숙사 등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이 많았다. 이로 인해 역사적인 건축물을 원형 보존하면서 단계적 리노베이션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었고, 오히려 이 점은 새로운 민간시설이 들어서기엔 사업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익사이팅 레포츠 짚라인 체험장인 ‘포레바운드’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 빅딜에서 싹튼 변화의 씨앗

 10여 년간 방치돼 왔던 서울대 농생대 부지는 2012년 들어 새로운 전환점을 찾는다. 도유지인 안양시 경인교대 캠퍼스 부지와 정부 소유의 국유지였던 서울대 농생대 부지의 맞교환이 성사되면서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는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의 문화적 공간 환경 개선을 통해 유휴공간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버려졌던 공간을 활용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하고, 해당 지역의 장소성 및 수요층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재생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하지만 전국에 이 같은 유휴부지 재생사업 대상지가 너무 많은 탓에 서울대 농생대 부지가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면서 정부 차원의 새로운 사업이 시도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부지의 소유권이 경기도로 편입된 건 지자체 차원에서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마련된 것이었다.

 경기도는 부지 교환이 성사된 이후인 2014년 1월 부지 활용계획을 수립해 국비 101억 원에 도비 232억 원을 더해 전체 22개 동 중 8개 동에서 새로운 공간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게 된 2014년부터 지역주민, 예술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이 시작됐다. 지역예술가를 대상으로 ‘의견수렴회’를 개최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도 진행됐다. 지역주민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대표자를 뽑아 의견수렴회의도 진행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는 네트워킹 모임을 열고 실질적 사용자가 될 청년들과 함께 설명회를 개최했다.

▲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창업·창작 활동 공간인 ‘청년1981’ 내부.
 2015년 1월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 착수된 이후 2016년 2개 동에서 시작해 2017년 6개 동, 2018년 7개 동, 올해 8개 동으로 리모델링 완료 공간이 늘어나면서 서울대 농생대 부지라는 명칭 대신 ‘경기상상캠퍼스’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혼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생성된 울창한 숲은 이곳을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휴식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서울대 농생대 폐교 시설이었던 8개 동은 ▶농원예학관→어린이책놀이터, 손살공방, 창업·창직공간 ▶농공학관→경기생활문화센터, 팹랩, 각종 공유공간 ▶농화학관→창업·창직공간, 디자인랩, 사진랩, 강의실 ▶농업공작실→목공, 자전거, 도색·건조, 뮤직랩·라이브클럽 ▶대형강의실→공연장, 창작연습, 전시실, 창업·창직공간 ▶농업교육학관→다사리문화학교, 누구나학교 ▶임학임산학관→제작실험실, 공동작업장 등으로 재탄생했다.

# 연간 25만 명이 찾는 모두의 문화놀이터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준공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기상상캠퍼스는 지난해에만 24만7천여 명에 달하는 발길이 찾은 문화와 휴식, 창업의 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공간별로 ▶생활1981-양봉, 텃밭, 요리, 그림책, 숲 체험, 수공예 공방, 어린이책놀이터 ▶생생1990-도자·유리 랩, 경기팹랩, 입주공방, 창작공방, 생활메이커 공간, 커뮤니티 및 영·유아 공간 ▶청년1981·공작1967-목공랩, 자전거랩, 뮤직랩, 건조·도색랩, 라이브클럽, 부루잉랩, 디자인랩, 미디어랩 ▶공간1986-그루버 입주공간(공연·미디어), 멀티벙커 ▶교육1964-도서관 및 대형강의실, 리빙랩, 워크숍룸, 오픈라운지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테마공간이 마련돼 있어 누구든지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숲속 문화 축제 ‘포레포레’에서 에코백 만들기 체험.
 이곳의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의 특징은 교육에서 시작해 실험과 제작, 공유 과정을 거쳐 다시 교육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클러스터 체계가 구축됐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공연이 끊이지 않고, 아이들은 자연을 쉽게 접하고, 축제로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2003년 서울대 농생대 이전 이후 자연스럽게 생성된 울창한 숲에서는 도심 속 숲속 문화 축제인 ‘포레포레’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려 경기상상캠퍼스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자연, 시민, 문화, 청년이 어우러져 미래를 상상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일과 삶의 문화를 창조하는 ‘모두의 숲, 미래의 캠퍼스’가 경기상상캠퍼스의 지향점이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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