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베풀었거든 갚기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마라. 갚기를 바라면서 베푼 은혜는 공이 없게 되며, 한번 남에게 준 후에는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한참 패권을 다툴 때다. 유방이 하루는 항우의 장수 정공(丁公)의 군사와 접전하다가 다급하게 되자 좋은 말로 꾀었다. "우리는 두 사람이 서로 싸워서 한 사람이 죽으면 좋을 게 무엇이오, 내 후일 성공하면 은혜를 갚을 터이니 살려주시오."

 정공은 그 말을 믿고 유방을 살려보냈다. 후에 유방이 한(漢)나라를 세우자 정공은 벼슬이나 한 자리 얻을 셈으로 유방을 찾아 갔다. 유방은 태도를 돌변하며 "지난번에는 항우에게 불충해 그를 망치더니, 이제는 나를 망치려 드느냐?"하곤 목을 쳐서 죽였다. <鹿鳴>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