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직사회의 반바지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던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벗고 대신 여름을 이길 수 있는 간편복을 택한 것이다.

 연일 계속된 폭염 속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혹자는 여성의 노브라도 허용되는 시대에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이 무슨 대수냐고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요즘 공직사회는 과거와 달리 근무복의 규제가 줄면서 캐주얼 옷차림도 일상적으로 입고 다닌다.

 하지만 공무원의 반바지 패션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오랜 관습처럼 우리 인식 속에 깊이 각인된 공무원 복장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소위 ‘나랏밥’을 먹는 신분인 공무원은 정복(正服)을 갖춰서 일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역사물을 보면 신하들은 궁궐에 나설 때 관복을 착용한다. 이때 관복은 평민과 다른 신분임을 증명해주는 상징물이자 권위다. 이후 서양문화가 전파되고 양장복을 입으면서 조선시대 이전과 같은 관복은 사라졌지만,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점잖아 보이는 복장을 입고 대민업무를 수행했다.

 공무원 복장 착용지침에도 보면 공무원은 품위에 손상되지 않는 옷차림으로 다니도록 명시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공무원은 한여름에도 정장 차림의 근무복을 당연시 여기고 일했다.

 그래서 이번 공직사회의 반바지 패션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고정관념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변화가 느린 조직이라고 일컫는 공직사회에서 불러일으킨 반바지 패션이 이슈에 오른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 힙합 그룹인 디제이 디오씨(DJ DOC)의 ‘DOC와 춤을’ 가사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 잘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반바지 패션을 추구해도 일 잘할 수 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비용과 효율성 측면을 높게 따지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신성불가침 영역이 자동화된 기계와 컴퓨터로 넘어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형식에 얽매어 그 속의 내용을 놓친다면 이는 곧 조직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대에 맞춰 고정관념도 변화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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