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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음카드가 단절의 원인이 되지 않기를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7월 22일 월요일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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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얼마 전, 기고를 통해 인천시가 전국 최초이며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자랑하고 있는 지역화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음카드에 대한 접근성 차이와 실질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시민들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의 형평성 문제, e음카드를 통한 지원은 일종의 보조금이라는 점,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역과 인근 지역 사이의 갈등, e음카드 같은 지역화폐 활성화는 결국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국민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고 재정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발행 주체인 인천시에 따르면 e음카드는 "인천의 돈은 밖으로 빠져나가고 외부의 돈은 인천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먼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어야 한다. 왜 인천의 돈은 밖으로 나가고 외부의 돈은 인천으로 오지 않을까에 대한 원인 규명과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인천 시민들이 왜 서울에서 돈을 쓰며, 인천 시민들이 외부에서 소비하는 소비 대상은 무엇일까? 고가 사치품이나 고급 서비스 업종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소비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소비가 인천에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소주를 마시러 홍대를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천에 홍대와 같은 문화와 즐길거리를 갖춘 지역이 없어서 인천의 젊은이들이 홍대에 간다는 것이 상식적인 답일 것이다. 인천에 삼성의료원이나, 세브란스병원 같은 수준 높은 병원이 없어서 서울로 가는 것도 맞는 해석일 것이다. 결국 소비도 경쟁력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e음카드라는 수단으로 제한된 시민들에게 혈세를 통한 보조금을 줄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 외부인들을 인천으로 유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들이 추진되도록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맞다. e음카드의 철학은 보호무역주의와 같다. 자국의 산업에 급격하고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개방과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자유무역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수출과 산업경쟁력은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개방과 경쟁이 우리의 살 길이다. 지역화폐도 똑같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는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하기 부담스럽다.

서구와 동구의 예를 들어보자. 서로e음카드의 10% 혜택으로 인해 동구에 와서 소비하던 서구 주민들은 이제 동구에 가서 소주 한잔하는 것도 꺼리게 될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연수구의 11% 혜택으로 인해 e음카드를 사용하는 연수구민들은 다른 구에서 소비할 의사가 낮아질 것이다.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있는 구의 단체장들 또한 주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뭔가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서구가 10%를 제시하니, 연수구는 11%를 제시했다. 부평구, 남동구 등도 경쟁적으로 고민 중이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이미 e음카드를 발행한 구에서도 재정부담이 되니 혜택 비율을 줄이겠다는 걱정을 하고 있고, 혜택을 줄인다니 발행받는 시민들은 불만이다.

또 먼저 e음카드를 발급받은 시민과 새로 발급받게 되는 주민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도 또한 문제다. e음카드가 일종의 로또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인천 지역화폐인 e음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천시 전체 인구 300만 명 중 20%가 e음카드를 갖고 있으며 충전금액은 2천696억 원이라고 자랑만 하고 있다.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다가 인천교통공사 직원 2천500명, 시의원이 신분증으로 e음카드를 발행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소외계층을 위해 발급해줬다면 모를까, 인천교통공사 직원이나 시의원에게 e음카드 결합 신분증이 발급됐다는 것이 자랑거리인가. 경쟁적 지역화폐 발행은 정치인 단체장들의 포퓰리즘 사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당장은 좋을 수 있으나 납세자들의 부담 그리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다. 인천시의 파산을 걱정하던 것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다. 벌써 잊었나. 중앙정부 책임도 일부 있지만, 근본적인 책임 주체는 지역 정치인들이다. 더 늦기 전에 e음카드에 대해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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