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시대에도 인천지역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적 교훈(校訓)을 내걸고, 교가(校歌)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나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본보가 인천지역 내 학교의 교훈과 교가를 확인한 결과 여자중학교와 여자고등학교에서 여성성(女性性)을 강요하고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많이 발견됐다.

미추홀구 A여중의 교훈은 ‘정숙, 검소, 근면’이다. ‘정숙’의 사전적 의미는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고움이라는 뜻이다. 부평구 B여중의 교훈은 ‘지혜로운 여성이 되자’이고, 남동구 C여고의 교훈은 ‘슬기롭게, 아름답게, 성실하게’다. 이처럼 일부 여중·여고가 여성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교훈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교 행사 때마다 부르는 교가도 마찬가지다. 남동구 D여고의 교가에는 ‘목화꽃 순결함은 참됨의 빛이 되고’, 연수구 E여고는 ‘몸과 얼 아름답게 가다듬어서’, 미추홀구 F여고는 ‘정숙한 어진 꽃이 향기 머금고 참되고 아름답게 피어났으니’, 중구 G여고는 ‘연한 듯 무거움은 정숙의 표상일세’라는 구절이 나온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만들어진 ‘여자다움’을 주입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화여고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학생들 스스로가 왜곡된 성 역할을 조장하고 있는 교가를 바꿨기 때문이다. 당초 이 학교 교가에는 ‘아아 참다워라 여자다워라’라는 가사가 있었다. 그러나 2016년 5월 학생들이 이를 지적했고, 학교 측은 학생회와 학부모운영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여자다워라’를 ‘지혜로워라’로 변경했다. 학생들은 2017년 입학식에서 새로운 교가를 부를 수 있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지역 내 학교 524곳을 대상으로 교훈·교가 속 성차별적 요소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양성평등정책과 성별영향평가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컨설팅협의회가 조사를 담당한다. 시교육청은 다음 달 말까지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홍선미 인천여성회장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교훈과 교가를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여자다움’과 ‘남자다움’ 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생길 수 있다"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교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훈과 교가 속 성차별적 요소를 발굴하고 알려 줘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훈과 교가를 바꿀 수 있도록 ‘교훈·교가 새로 쓰기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양성평등 친화적 문화가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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