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관련 문제를 언급하면서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함께 향후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한 데 대해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한 바가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당시 일본 언론은 경제 보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었으며, 문 대통령은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일 중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상황을 봐가며 필요한 경우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일 갈등에 대해 침묵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한일 갈등에 따른 관여를 시사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함께 향후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여’라는 것이 안보 이슈에 해당하는 것인지 무역 이슈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놓고서 정확한 의중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서 비춰 볼 때 한국과 일본 양국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라는 기본 인식하에 한일 갈등 격화가 동북아 지역 내 한미일 3국 안보 공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로 한일 갈등이 확전하면 미국도 불가피하게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일 갈등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는 등 후속 대응을 예고하자 청와대도 ‘강공 모드’로 선회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맞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등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번 주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중재 역할에 나설 지 주목되고 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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