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21일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여자 계영 400m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 마지막 주자인 정소은이 역영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21일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계영 400m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 두 번째 주자인 정소은이 역영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막내 이근아(17·경기체고)가 "제가 평소보다 기록이 저조해서 언니들이 고생했어요"라며 고개를 푹 숙이자 다른 세 명의 눈길이 한껏 고와진다. "괜찮아"라는 격려와 "잘했어"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첫 한국기록을 만든 한국 여자 계영 400m 대표팀이 연출한 흐뭇한 장면이다.

이근아-정소은(23·서울시수영연맹)-최지원(21·경북도청)-정유인(25·경북도청) 순으로 레이스를 펼친 한국 여자 400m 계영팀은 21일 광주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예선 2조 경기에서 3분42초58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2016년 전국체육대회에서 황서진·정소은·정유인·박나리가 작성했던 종전 기록(3분43초73)을 약 3년 만에 1초 이상 줄였다.

세계적인 팀과의 격차는 컸다. 한국은 2조에서 9개국 중 8위, 전체 18개국 중 15위에 그쳤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레이스였다.

이근아는 "한국기록을 세운 건 정말 영광이다. 그런데 (첫 주자로 나서)내가 평소보다 처진 기록을 내서 언니들이 고생하셨다"고 자책했다. 그러자 최지원이 이근아의 어깨를 매만지며 "괜찮아, 잘했어"라고 속삭였다.

최지원은 "처음으로 큰 규모의 국제대회에 나왔는데 좋은 언니, 잘 자라는 동생과 뛰어서 한국기록을 세웠다. 영광이다"라며 "다른 나라 기록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좋다"고 했다.

정소은은 희망을 화두에 올렸다. 그는 "메달권과 격차는 크다. 하지만 지금 이 멤버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맏언니 정유인은 "2015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계영 4위에 올랐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치렀다"며 "계영팀이 함께 훈련하면서 ‘선발전에서 각자 올렸던 기록을 합해 보면 한국기록을 세울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기록을 세워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홈 팬들 앞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계주팀은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근아는 "응원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다. 울컥했다"고 경기장에서 들리던 함성을 떠올리며 웃었다. 정소은은 "우리 계영팀끼리 ‘실수 한 번으로 응원해 주시는 국민들께 실망을 드릴 수 있다. 힘내자’고 했다. 응원 덕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정유인은 "관중석에서 응원해 주신 한국 팬들 덕에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힘차게 경기했다. 감사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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