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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월 말 몽골 울란바토르시 성긴하이르한에서는 올해로 12년 차를 맞는 ‘몽골 인천 희망의 숲’ 조성 행사가 3박5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인천에서 학생 18명을 포함해 총 39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현지에서는 인천시와 협약을 맺은 울란바토르시 자연환경청 관계 공무원, 시민 그리고 식재지 인근 74개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나무를 심었다.

 식재작업이 있던 첫날은 날씨가 더웠고 강한 바람으로 흙먼지가 자주 일어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초원에 앉아 낭만적으로 식사를 하려나 생각했으나 모래바람을 피해 전통가옥인 게르에 옹기종기 앉아 점심을 먹어야 했다.

 우리 사업을 돕고 있는 현지 사업자가 트랙터로 미리 구덩이를 파두었지만 평상시에 나무를 심기 위해 삽을 들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인천 시민들과 학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을 많이 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를 1단계 사업으로 한다면 이곳 울란바토르시 성긴하이르한에서 작년부터 시작한 향후 10년간을 2단계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1단계와 2단계는 무엇이 다를까?

 우선 사업대상지가 수도 울란바토르시 외곽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몽골 인구의 50%가량이 거주하는 곳에서 사업 성과를 내어 몽골인들 스스로 사막화 방지사업에 동참하게 하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인천시와 울란바토르시가 공식적으로 협정을 맺어 토지 사용권 등을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고 기술력이 있는 현지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고 사업 계획, 행사 진행, 모니터링 등을 모두 인천시가 주도함으로써 사업 성과를 데이터화해 향후 사업의 확장성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인천 희망의 숲 부지는 100ha로 두 개의 산줄기가 감싸 안는 형태의 큰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식재사업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는데 첫날 오전 식재작업 이후 오후에는 인근에 있는 74개 학교에서 학생들 간 교류행사를 가졌다. 참고로 몽골의 학제는 초·중·고교가 함께 있는 12학년제라 어린 학생부터 성인 같은 친구들이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 이름은 숫자를 붙인다고 한다.

 지난 3월 예비답사 때 교장 선생님께 교류할 것을 제안했었는데 선뜻 제안을 받아주셨고 당일에는 우리들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주셨다.

 참하게 머리를 뒤로 딴 여학생이 예쁜 목소리로 아리랑을 불러주는 것을 시작으로 프로급의 몽골 전통공연이 두 편이나 펼쳐졌다. 화려하고 강렬한 율동과 음악으로 참석자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농구시합이 있었다. 양팀 각각 5명씩 팀을 이뤄서 어깨를 부딪히며 거친 호흡을 함께했다. 체육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프로 심판처럼 경기를 진행하셨고 몽골 학생들은 체격 조건도 좋았고 실력도 뛰어났다. 농구가 끝나면 그림 그리기 시간인데 여학생 몇몇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배구를 하잔다. 그림그리기를 바로 시작해야 해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배구는 내년에 하자고 약속을 해버렸다. 큰일이다.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한국 학생들과 몽골 학생들이 함께 조를 짜고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저학년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는데도 준비한 도화지와 크레파스 등으로 성큼성큼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 나갔다. 이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멋진 그림들이 많이 나왔다.

 교류 활동을 마무리하고 버스로 향하는데 버스 앞까지 나와서 환송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꽤나 오랜 친구들처럼 아쉬운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을 보면서 몽골까지 먼 길이지만 오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으러 왔지만 아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각자 맘속에 심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인천 학생들과 시민들이 몽골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좋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몽골 인천 희망의 숲이 희망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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