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0.5%p 감소한 2.2%로 하향 전망했다. 소비(2.3%), 설비투자(-5.5%), 건설투자(-3.3%), 상품 수출(0.6%)·수입(-0.5%) 등 성장률을 구성하는 하위지표 증가율도 모두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본의 경제보복이 심화되고,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복합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逆轉)도 1.0%p(미 기준금리 2.25~2.50%)까지 벌어지게 됐다.

 자본이탈 위험을 감수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자칫 ‘언발에 오줌누기’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1천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의 예금·적금 금리가 1%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금의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 기업의 설비투자·건설투자가 활성화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등 투자처로서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국내 자본은 해외 주식·채권 등으로 빠져나가고, 가계부채 증가와 좀비기업 연명 같은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후속 조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본란을 통해 누차 강조해왔듯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경기 순환적 또는 외부적 요인으로만 진단하면 지금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재정집행이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소모성·낭비성 지출로 변질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씨앗 하나 뿌리지 않은 황무지에 비료를 준다고 뭐가 나오겠나. 일본의 경제보복도 기존과 같은 확장재정 방식으로만 대응한다면, 곳간만 거덜내고 자식 세대에게 빚만 물려주는 파렴치한 부모 세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을 구조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규제개선과 노동개혁, 구조조정 등 마땅히 처리돼야 할 국가적 과제부터 정공법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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