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전에 나선 제갈량이 격무에 시달리다 건강이 악화됐을 때 비서관 양옹이 간했다. "제가 보기에 승상께서는 항상 장부와 문서를 일일이 살펴보시는데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일을 다스리는 데 법통이 있고, 아래 위의 할 일이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집안일에서 머슴은 농사, 계집종은 부엌일을 해야 주인이 자유롭게 침식을 즐길 수 있는 이치지요. 주인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면 어찌 견뎌내겠습니까?"

 제갈량은 이때 자신이 힘껏 일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좌중을 울리기도 했으나 결국 오장원에서 병사하여 북벌의 꿈은 허무하게 끝난다. 그때 제갈량에 맞선 위나라 총대장이 사마의. 그는 스스로 멍청한 장수처럼 행동하면서 제갈량과 촉한군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렸고,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 오늘날 일반인을 선동해 포퓰리즘으로 한몫 보려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막말이나 일삼는 이들에게 법통이 어디 있고 할 일 구분이 돼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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