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승부던지기 끝에 첫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승부던지기 끝에 첫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남자 수구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값진 1승을 따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뉴질랜드와 15-16위 결정전을 치렀다. 전·후반 12-12 동점, 이후 승부던지기에 나서 5-4 승리, 최종 17-16(3-3 2-2 4-5 3-2 <5-4>)으로 마침내 축배를 들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은 한국은 이전 4경기에서 완패했다. 유럽의 강호 그리스·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상대한 조별리그에서 3패를 당했고, 카자흐스탄과의 순위결정전에서도 4-17로 패했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으며 대회 목표였던 1승을 달성하고 포효했다.

반면 C조 1무2패로 4위에 머물렀던 뉴질랜드는 이번 대회를 무승으로 마무리했다. 이전까지 6차례 세계선수권에 나서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최하위(16위)에 머물렀던 뉴질랜드는 이번에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치열한 공방전 양상이었다. 승부던지기 전까지 동점 상황은 11번, 역전은 3번 나왔다. 한국이 전·후반 12-12 동점으로 승부던지기에 돌입할 수 있었던 건 골키퍼 이진우(22·한국체대)의 역할이 컸다. 경기 종료 직전 뉴질랜드 매슈 루이스가 문전에서 마지막 득점 기회를 잡자 이진우는 슈퍼세이브로 한국을 구해냈다.

승부던지기로 향한 양팀의 첫 번째 슈터가 나란히 골을 넣은 상황, 이번에도 골키퍼 이진우는 뉴질랜드 두 번째 슈터인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슛을 막아내 승기를 가져왔다. 한국은 슈터로 나선 5명 모두 골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이날 총 27차례 슈팅해 18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냈다. 경기 막판과 승부던지기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은 권영균(32·강원도수영연맹)은 3골로 한국 선수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대부분은 뉴질랜드의 리드였다. 하지만 한국은 막판 뒷심을 발휘해 동점을 만들더니 승리까지 따냈다.

이진우와 더불어 승부처마다 힘을 북돋운 존재는 ‘맏형’들이었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부주장인 이선욱(32·경기도청), 권영균은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나섰다. 권영균은 최종전 이전 4경기 무득점이었고 총 출전시간은 60분뿐이었다. 드라이버 포지션을 맡아 활동량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한국이 5전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할 위기에 그는 부진을 씻어냈다.

권영균은 5-5로 시작한 3쿼터 1분 41초 만에 첫 득점을 올려 리드를 안겼고, 11-12로 뒤진 경기 종료 32초 전에는 먼 거리에서 공을 잡아 득점해 승부던지기로 끌고 갔다. 승부던지기에선 부담감이 큰 5번 슈터로 나서고도 공을 들어 높이 솟구친 뒤 골문 구석에 꽂아 넣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그는 "1승을 위해 ‘물에서 죽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욱도 2골을 넣으며 팀을 이끌었다. 승부던지기에서는 1번 슈터로 나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이선욱은 "지고 있을 때도 ‘끝까지 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이선욱은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첫 승을 지휘한 이승재(47)코치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1승을 염원했는데 응원해 주시는 국민들 덕분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모든 선수단이 하나가 돼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훈련 과정 중 아쉬웠던 부분으로는 외국 선수들과 직접 겨뤄 볼 수 있는 전지훈련이 없었던 점을 꼽았다.

한국 남자 수구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내년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워터폴로챔피언십에 출전해 아시아에 주어지는 쿼터 1장을 노린다. 강호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을 확정해 경쟁 상대에서 빠졌지만 카자흐스탄·중국·이란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 코치는 "세계선수권을 통해 힘과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체와 몸 중심 근력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체력훈련을 강화해 올림픽을 노려 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