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내용의 조례안 재추진을 둘러싼 경기도의회 내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당초 외교적 갈등을 고려한 ‘신중론’이 우세하면서 조례 제정이 장기간 보류됐으나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커져 가면서 도의회 내부에서도 조례안 재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의회 유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단은 23일 주간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전범기업 표시 조례안을 다시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민과 함께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정윤경(군포1)수석대변인과 김강식(수원10)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은 경제보복을 넘어 세계 교역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치졸하고 부당한 보복 조치를 철회할 것을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제2교육위원회 황대호(민·수원4)의원이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 조례안’은 도내 학교에서 구매하는 전범기업 물품에 이를 알리는 일종의 인식표를 부착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전범기업에 대한 관계 법령 부재 등을 이유로 도교육청이 수용 불가 의견을 냈고, 발의 당시 정부도 외교관계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상정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정 수석대변인은 "최근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조례안 재추진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간 국익을 고려해 조례 제정을 자제해 왔으나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계속될 경우 재검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발의자인 황 의원은 조례안이 재추진될 기반이 도의회 내 형성될 경우 내용 일부를 수정, 표식 부착을 강제하기보다 각 학교 학생회가 전범기업 제품에 대한 인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지 자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전범기업 299개 중 현존하는 전범기업은 284개다. 도내 각급 학교가 보유한 주요 교육기자재의 일본 기업 제품은 50∼70%로, 이 중 전범기업 제품은 품목에 따라 10∼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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