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환(50·사법연수원 22기)수원지검장은 윤 차기 총장의 취임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게시한 ‘(사직인사)작별을 고하며 감사인사를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차 지검장은 "검사로 지내면서 제법 오랫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이쯤되면 헤어지는 일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별의 아쉬움과 슬픔은 세월을 따라 더 커져 있기만 하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그는 "1996년 검사로 임관한 뒤 어느새 24년이 훌쩍 지나 이렇게 검사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겁도 없이 맡아 짊어지고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 짐을 내려놓는다"며 "마치 일장춘몽(一場春夢)을 꾼 것처럼 딱히 남기는 것 없이 이렇게 검찰을 떠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법의 본질은 증거를 찾거나 만드는 일에 앞서 시비를 가려 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더 들을 수 있고 또 더 들어야만 하는 지혜로운 길을 찾아 검찰의, 그리고 검사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공감하게 되면 그 길을 거침없이 걸어갈 용기와 힘도 자연스레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임 수원지검장인 한찬식(51·사법연수원 21기)서울동부지검장도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사직인사를 올렸다. 한 지검장은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동료·후배 검사들과 실무관 등 검찰가족 덕분"이라며 "동고동락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고 구성원들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앞으로 여러 난관을 잘 헤쳐 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윤 차기 총장의 취임을 앞두고 용퇴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는 12명으로 늘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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