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jpg
▲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세계적인 명문 영재 교육기관에는 이튼스쿨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그랑제콜, 미국의 토머스제퍼슨과학고 등도 있다.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 수월성 교육은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며 귀족 교육도 아니다.

 발전적인 국가의 미래는 창의적 인재에 의해서 좌우된다. 그 창의적 인재를 길러 내는데 전국 2천358개 고교 가운데 외고 30개, 자사고 42개가 있다. 이 3%밖에 안 되는 고교가 다양한 교육 실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입시 교육을 부추기는 이들 학교 때문에 일반고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 자사고나 특목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자사고가 비난을 받는다면 그건 국가 재정 없이 비싼 자부담으로 해당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로부터 학교의 교과과정이나 교육에 불신을 초래하는 경우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몹시 높다. 한편 이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한 학교당 5천여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주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반대가 맹렬하다. 그 결과 강남의 대곡초등학교는 혁신학교 전환이 철회됐고 송파 헬리오시티는 보류됐다. 그 이유가 집값에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재 혁신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실태를 안다면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제 특목고는 없애야 한다. 교육 내용 중 특정한 과목에 우수한 인재를 뽑아 육성한다는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외고가 판검사를 만드는 전초 기지가 되고 있는 사태가 정상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재 양성에 시효를 다한 평준화 교육이 대안일 수는 더더구나 없다.

 특목고는 애초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변칙적으로 만든 학교이며 따라서 외고, 국제고 등 학교 설립을 가능하게 한 교육제도는 기만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자사고 폐지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 역시 이 제도에 편승해 외고를 졸업했다.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현 정부 주요 고위 공직자 자녀들도 상당수가 강남 8학군, 자사고, 외고 출신이거나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산고 학부모들을 특권층이라고 비난하며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전북교육감은 아들을 고액의 외국 기관에서 입시 준비를 시켜 케임브리지대학에 보냈다. 여권은 교육의 획일화, 하향 평준화를 추진하면서 자기 자식은 이 늪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이중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 교육은 기본적으로 직업 교육으로서 학생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인간이 인간 구실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민주 시민으로서 소양을 쌓게 하고 공민으로의 직업 윤리 의식과 도덕성을 함양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둬야 한다. 그래야 위급한 상황에서 세월호 선장처럼 학생들을 버려둔 채 팬티 바람으로 허겁지겁 혼자 도망치는 무책임한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평준화를 깨고 공립이든 사립이든 명문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평준화로 인한 사교육의 심각한 병폐를 막고 인재도 양성하며 한국 교육도 살리는 길이다. 학교가 학생들을 무작위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 교육도 발전하고 학생들의 실력도 향상되며 국가의 힘과 역량도 강해진다.

 평준화로 인한 사교육의 부작용이 비평준화 교육보다 더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도 1등이 있고 물건에도 명품이 있으며 대학도 1류가 있다. 따라서 전국에 명문 고교가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학교가 경쟁과 성과와 책임 없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 주변에 평준화 교육을 하는 국가 또한 없다. 어설픈 이상주의적 이념에 근거해 국가가 교육을 통제하고 학교 운영에 간섭하는 한 국가의 경쟁력은 요원해질 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