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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입구역 2번 출구.

시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된 일부 인천지하철 역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하철 출구를 연결하는 편의시설인 에스컬레이터가 아예 설치되지 않아 주민들이 무덥고 습한 날씨에 때 아닌 계단 오르기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2번출구는 이용 빈도가 높은 출구 중 하나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비롯해 버스로 환승하려는 인천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2번출구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는 8·16·780번 버스 등 인천대 정문을 경유하는 버스 대부분이 정차한다.

 하지만 이곳은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상당한 길이임에도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이는 2번출구가 주민 편의를 위해 ‘임시 출구’ 개념으로 만들어져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폭염에도 도심 속 등반을 감행해야 할 형편이다.

 송도국제도시의 초기 도시계획은 인천지하철 연장선의 지상 출입구는 되도록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립됐다. 도시경관을 위해 별도 출입구 대신 인근에 개발되는 쇼핑몰 등 건물의 지하를 거쳐 지상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2009년 송도 연장선이 개통될 때까지 출입구로 사용해야 할 주변 건축물이 들어서지 못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결국 인천교통공사는 주민 불편이 예상되자 지상으로 통하는 별도의 출입구를 마련했고, 이 출입구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의 출입구다. 지식정보단지역 등 다른 역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수십 개에 달하는 계단을 걸어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전공서적 등이 담긴 무거운 가방을 맨 채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오르기 일쑤다.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도 예외 없다.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힘이 달려 중간에 포기하고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1번출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근 아파트 주민 A(46·여)씨는 "계단이 가파르고 많아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올라올 때도 그냥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집에서 조금 멀더라도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다른 출구를 이용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가좌역과 석남역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역의 출구 역시 에스컬레이터 없이 계단만 설치돼 있다. 인천가좌역은 출구가 두 개인데, 두 출구 모두 계단 수가 100여 개다. 일부러 운동을 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송도 연장선은 현재 인근 대지에 건축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에스컬레이터를 갖춘 새로운 출구도 함께 만들어질 예정"이라며 "기존 출구가 폐쇄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편리한 새로운 출구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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