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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요즘 한일 간 갈등 양상이 꽤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양국은 그 갈등을 감정에 치우쳐 ‘힘’에 의해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며, ‘이성’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성’에 의한 해결 방안으로는 정치·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타협·양보를 통한 화해’를 추구하는 방안이 적절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양국 정부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하면서 ‘국장급 회의’ 등 우리의 대화 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든 싫든 간에 ‘법에 의한 해결방안’이 모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미리 관련 법적 쟁점을 정리하고 대응논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중재위원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우리 정부가 현재 거부하고 있지만,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 요컨대, 일본 측 주장의 ‘법적 결함’을 지적하고, 우리 측 주장의 ‘법적 정당성’을 논리정연하게 국제기구와 세계 만방에 알려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한 데 대해 그 문제점과 부당함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특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지난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오사카 선언’(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표명한 공동성명)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둘째,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경제 보복’이 아니라 ‘안보 전략물자 통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허구성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일본 수출 규제의 법적 근거는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 제48조인데, 이 조항은 대량살상 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안보 전략물자를 무역에서 통제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마땅히 그런 물자의 이동을 구체적·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할 터인데,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셋째,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공공연히 비판해 왔고, 그러한 비판적 태도가 금번 수출 규제 조치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점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바, 일본 정부의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 ‘부당하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종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의무는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지난해 11월 우리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등 5명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총 5억여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 간에 청구권 협정을 맺었다고 해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개인적 배상청구권까지 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국가 간 협정으로도 국민 개인의 청구권을 박탈하지 못한다"는 보편적 국제법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다수의 일본 법조인도 이를 지지한다. 2018년 11월 5일 일본 변호사 등 100여 명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공동성명을 냈고, 2007년 4월 27일 일본 최고재판소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요컨대,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비판은 법적 정당성을 결여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가 법률가 등 관련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법적 대응 논리를 잘 구성해 대비하면, 지난 4월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승소를 이끌어냈던 쾌거를 재현할 수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법적 쟁송’에서도 일본을 이김으로써 우리 ‘지식·문화·민주주의의 힘’의 우월성을 세계 만방에 떨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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