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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우리는 통상적으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삶의 근간이 되는 경제적 재화, 즉 연봉을 기준으로 직업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문적이거나 경력 관련 직종이거나 또는 전공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역시 노동의 대가에 대한 금원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업이라는 것은 서로 간의 가치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다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고 그 일감에 상응한 재화를 받는다면 맡은 바 일의 성과는 아마도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직업군은 대략 어느 부류가 이에 속할까?

 지난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직업별 평균 연봉 순위 베스트를 살펴보면 1위는 연봉 약 1억5천만 원을 받고 있는 일반기업 임원진이 차지했고, 2위는 1억4천만 원을 받는 국회의원, 3위는 상선이나 유조선 등 대형선박 입출항을 도와주고 안내하는 도선사들이 1억3천만 원을 받고 있었으며, 4위는 외과의사로서 1억2천만 원, 그리고 5위는 1억1천만 원을 받는 치과의사로 나타났다. 반면 시인들의 연봉은 500만 원, 소설가는 1천500만 원으로 시인보다 다소 소득이 높은 것으로 발표됐는데 여기에서 시인과 소설가는 당연히 전업작가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필자 역시 월간 문예지나 계간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있지만 이때 받는 원고료는 시 한 편당 3만 원으로 이를 감안한다면 시인들의 연봉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원고료를 받는 필자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대개 창간한지 얼마 안 되는 문예지의 경우 유명 작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들에게는 비교적 비싼 고료를 지급하면서 신인작가들에게는 발표 지면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원고료를 한 푼도 안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작품 한 편을 쓰기 위해 며칠 밤 혹은 한 달여간 고혈을 짜내 가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원고료를 안 주다니 그들은 너무도 허탈할 것이다.

 오죽하면 함민복 시인은 1996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는 시집을 통해 발표한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에서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라 했다. 함민복 시인은 이 시에서 시 한 편을 써서 쌀을 두 말씩이나 살 수 있으며 시집 한 권을 팔면 3천 원의 인세가 들어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이미지화 했지만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물가는 몇 배에서 심지어 십여 배 상승했음에도 시 한 편의 원고료는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사실 예술인들은 배고픈 직업이다. 특히 문학인들은 그 배고픔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나라의 문학이 죽지 않고 현재까지 버티는 것은 가난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문학의 혼을 살려가며 새로운 문예부흥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칠년대한(七年大旱)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도에서 도내 문학인들을 위한 ‘경기도 문학진흥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는 것이다. 수원에 지역구를 둔 경기도의회 김봉균 도의원이 "우리 사회에서 문학이 진흥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집필을 하는 경기도 문학인들을 위해 대표 발의한 ‘경기도 문학진흥 및 지원 조례’가 지난 16일 경기도의회에서 가결돼 통과됐다.

이로 인해 경기도를 중심으로 등록된 문학관에 대한 운영비와 문학진흥 활동을 하는 단체, 기관, 학회 등에 보조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제도화했으며 특히, 설립계획 승인을 받은 문학관에는 설립에 필요한 경비를, 등록된 문학관은 운영비, 문학 진흥 활동을 하는 법인, 단체, 기관, 학회 등에 경기도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인구 1천300만 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문학관은 두 곳밖에 없다. 타 광역지방자치단체보다 숫자로 비교할 때 훨씬 적은 것이다. 이제 조례 제정으로 경기도의 문학인들이 좀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경기도민은 양질의 문화 기반시설 속에서 문화인의 가치를 높일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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