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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일이 있거나 오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을 때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는 경우가 있다. 갑갑한 마음에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조금은 생각이 정리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길은 무언가를 깨닫고 발견하는 과정의 메타포이다.

 길을 무대로 전개되는 영화 장르를 ‘로드 무비’라고 한다.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장르에서 등장인물들은 길을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 여정을 통해 어떤 자각이나 의미를 터득하게 되는 로드 무비는 ‘성장 영화’의 구성을 띠고 있다. 로드 무비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신호탄적 작품으로 1969년 작인 ‘이지 라이더’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반기를 든 영화이자 미국 영화 특유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세계관에서 탈피한 선구적인 작품이다.

 당시 청년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영화 ‘이지 라이더’는 자유분방한 와이어와 빌리의 여정을 쫓는다. 가죽 옷과 선글라스, 장발 패션을 한 이들은 성조기가 그려진 바이크를 타고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 여행을 시작하지만 곳곳에서 냉대를 받는다. 호텔에서 번번이 거절당한 그들은 숲 속에서 잠을 청해야 했고, 식사하러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는 노골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한 마을 축제에 참여한 두 사람은 급기야 오토바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기도 한다. 당시 유치장에서 만난 변호사 조지는 자유에 대한 동경으로 두 사람의 여행에 합류하는데, 이들은 사람들이 보여 준 적대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갖지 못한 자유의 느낌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조지는 자유를 오래 만끽하기도 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휘두른 폭행으로 사망하고, 빌리와 와이어도 그들의 행색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던 사람이 쏜 총에 맞는다.

 대부분의 영화가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영화 ‘이지 라이더’는 1960년대 미국의 문화적·사회적 분위기와 밀착된 작품이다. 명분이 희미한 베트남전쟁, 케네디 대통령과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이은 암살 사건 등은 젊은이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련의 사건들로 절망감을 넘어서 분노를 느낀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전통에 반기를 드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했다. 그 모습이 바로 히피문화로 나타났다. 이성, 법, 도덕보다는 감성과 자유를 추구했으며, 외형에 있어서도 반듯함에서 탈피해 장발과 자유로운 복장을 선호했다. 영화 속 빌리와 와이어 캐릭터는 바로 이런 히피문화, 청년문화에 기인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서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스타일적으로도 기성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촬영과 편집 문법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아마추어가 찍은 가정용 홈비디오 영상처럼 거칠고 불완전한 장면들로 구성된 영상들은 매끄럽지 못한 거친 느낌으로 인해 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의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경직된 미국 사회에 던지는 청년들의 저항의식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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