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것처럼 나무를 말려 죽이는 ‘과수 화상병’이 경기도내 농가에 퍼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25일 농협경제지주 경기본부(경기농협)에 따르면 지난 5일 연천군 백학면의 사과 농장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뒤 현재까지 연천에서만 2개 사과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농장 이외에도 연천과 파주 등 사과 농장 2곳에서 의심주가 발견돼 시료를 채취해 검사가 진행 중이다. 도내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도내에서는 지난 2015년 안성의 배 과수원에서 과수 화상병이 처음 발병한 뒤 그동안 배 농장에서만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도내에서 2016년 13농가 10.8㏊, 2017년 26농가 17.1㏊ 지난해 39농가 16.3㏊에 이어 올해도 12개 배 농가 8.5㏊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했다.

과수 화상병은 사과와 배에 치명적인 세균성 질병으로 세계적으로 치료약제가 없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에 걸린 과수는 잎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 뒤 말라 죽는다. 전파 속도가 워낙 빨라 의심주가 발견되면 해당 과수원은 도지사 명의 방제 명령에 따라 10일 이내에 매몰처리 해야 하며 3년 안에 해당 과수원에서는 사과나 배를 키울 수 없다. 이 때문에 과수나무의 구제역이라 불린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연천 사과농가들도 벌채 및 매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1년치 수익과 2년치 소득 등 정부 보상금이 주어지지만 애지중지 가꿔온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는 농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경기농협은 긴급히 연천지역 피해 농가를 방문해 농업인을 위로하고,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와함께 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북부 10개 시·군 906농가 737㏊를 대상으로 8월 2일까지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기농협 남창현 본부장은 "농가 자율 예찰을 강화하고, 철저한 소독과 방제를 당부하고 자진신고를 홍보하고 있다"며 "과수 화상병은 과수 구제역이라 불릴 만큼 무서운 질병으로 추가적인 피해 농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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