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문화의거리 일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공사 중인 건물의 철제 구조물과 가림막에 맞닿아 있다.
▲ 인천 부평문화의거리 일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공사 중인 건물의 철제 구조물과 가림막에 맞닿아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고자 설치된 인천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점자블록이 시민들의 외면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25일 오전 9시께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근처의 한 커피숍 앞. 검은색 차량이 매장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 차량 안 남성이 이내 핸들을 돌리더니 커피숍 측면에 바짝 붙여 주차했다. 그가 주차한 곳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막 끝나는 지점이다. 시각장애인이 블록에서 일반도로로 내려오면 차량 뒷부분과 부딪힐 수 있는 위치다.

걸음을 옮겨 횡단보도를 건넜다. 점자블록을 따라 부평역에서 시장로터리 방면으로 올라갔다. 한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 역시 철제 구조물과 가림막이 점자블록을 막아섰다.

부족한 시민의식과 지방자치단체의 소홀한 관리로 시각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평5동 부평시장로터리를 기준으로 서측 시장 방면을 제외한 5개 방향 인도에는 수백m에 달하는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막혀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통행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주를 보는 노점은 천막을 고정하려고 점자블록 위에 벽돌을 올렸고, 건물에 입주한 상점은 홍보를 위해 점자블록 위에 입간판을 세웠다. 상점 주인들은 업무용 차량을 아예 점자블록이 설치된 인도 위에 주차했고, 각종 자제와 쓰레기들이 점자블록을 덮었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을 설치할 때는 관련법에 따라 도보 폭 2m 이상을 확보하고, 도로경계석에서 0.5m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설치 이후의 관리지침이 없어 각종 점용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노창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천지부 사무처장은 "점자블록 모니터링단을 꾸려 실태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활동을 했지만 개선도 안 되고 예산도 부족해 중단한 상태"라며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은 각 사안에 대한 세부적 처리보다는 통합적인 형태로 추진되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점자블록 점용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고, 설치 이후의 관리지침은 없다"며 "설치 당시에는 기준에 따라 문제 없이 설치했고, 이후 각종 시설물이 인도 위에 생기거나 문제점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릴 때 각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부족한 점은 있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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