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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미국우선주의! 작년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국정 연설에서 새로운 미국의 시대를 선언했다. 미국이 세계에 대한 패러다임과 전략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 재조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이 최우선 대상국임은 물론이다.

 최근까지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달아 왔다. 상계관세 부과, 통상을 시작으로 환율, 통신, 기술, 유학 문제를 넘어 외교, 국방 분야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사건 진상 공개를 요구하고 티베트(西藏), 위구르(維吾爾) 소수민족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 고립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다행히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 이후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은 잠재돼 있다.

 그럼 여기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모하리만치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중국 압박정책의 기조와 배경은 무엇인가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리라.

 우선적으로 중국전문가이자 미국 국방부 고문인 마이클 필스버리의 「백년의 마라톤(2016)」 저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중국은 공산정권 100주년인 2049년 중국의 위대한 꿈(中國夢)을 이루기 위해 인(認), 세(勢), 패(覇)의 전략에 따라 미국을 무너뜨리려는 야심과 음모를 파헤치고 있다. 베이징 리더들은 결코 평화를 원치 않고 있으며 슈퍼차이나의 야욕을 갖고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1세기 천자(天子)로 다시 태어나 세상을 호령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2018)」을 추론할 수 있겠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과 불신에 의한 딜레마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있다. 양국 간 구조적인 긴장의 깊이를 지배세력 증후군과 신흥세력 증후군으로 명명하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정리하고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 담긴 투키디데스의 통찰을 실마리 삼아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세력이 기존 패권국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위협해 올 때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위험한 상황을 지칭한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중국 총리인 리커창이 주도한 ‘중국제조 2025’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질적인 면에서 기술집약형 스마트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강대국이 되고자 30년간 3단계에 걸쳐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9대 과제를 명시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시진핑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2013) 전략이다.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서 35년간(2014-2049)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을 말한다. 현재 130여 개 국가가 대상이며 실제 65개국에서 도로, 철도, 항만 건설 등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미국 트럼프는 더 이상 중국이 신흥 최강자로 부상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두 강대국 간 패권경쟁 종말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전쟁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적정한 패권 배분의 균형점에서 타협할지는 예단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문제는 한반도의 운명이다. 화웨이(華爲) 통신장비 사태와 사드 배치, 북한 핵문제,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는 한국의 입지를 더욱 옥죄고 있다. 또한 지난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민의 불안감을 더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정녕 뭘 믿고 지금까지 가지 않은 길을 가려 하는지 묻고 심은 심정이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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