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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휴양림(休養林)은 산속에 휴양시설을 설치해 사람들에게 야외 휴식공간이나 자연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지정된 산림이다. 그리고 숲속을 거닐면서 숲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과 시설을 갖춰 놓은 곳으로 삼림욕장(森林浴場)이란 곳도 있다. 수목원(樹木園)은 좀 특별하다. 전국에는 여러 국공립 수목원과 사립 수목원이 있는데 단순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만으로는 수목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수목원은 나무를 심고 수목 표찰을 붙여서 일반에게 공개하는 곳을 말한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에는 약 152개의 휴양림, 173개의 삼림욕장, 43개의 수목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름은 각기 달라도 숲을 거닐면서 온몸으로 생생한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들 수목원이나 휴양림, 삼림욕장들이 도심 속에 있는 곳이 아니라서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크라우더연구소의 연구팀은 위성 사진과 구글어스 엔진을 활용해 지구촌 어디에 얼마만큼의 숲을 추가로 조성할 수 있는지를 계량화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숲 재건이나 숲 가꾸기를 통해 기존의 숲을 ⅓가량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대기에 쌓인 3천억t에 달하는 CO₂중 2천50억t을 늘어난 나무로 잡아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숲 가꾸기를 통해 대기 중 CO₂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계량화하고 추가로 숲을 조성할 수 있는 지역까지 지정해 달성 가능한 목표로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논문 책임저자인 톰 크라우더 교수는 숲이 기후변화 대처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학적 증거와 이해는 부족했었다면서, 이번 연구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숲 가꾸기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으며, 이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크라우더 교수는 새로 조성된 숲이 CO₂를 가둬두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화석연료 감축 노력도 병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로 숲을 지탱할 수 있는 지역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숲 가꾸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지만 "스스로 나무를 심거나 숲 가꾸기 단체에 기부하는 일,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행동에도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4천800억 원을 투입, 3천 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와 폭염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자동차 전용 도로변에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미세먼지 저감숲’을 조성하고 한강시민공원 일대에는 생태숲과 이용 숲, 완충 숲 등을 조성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도 녹지공간 조성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국 공통 현안인데도 불구하고 지자체 사이에 협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도시 건설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을 이유로 적지 않은 녹지나 산림이 훼손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울창한 삼나무숲을 마구 훼손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처럼 한편에서는 수많은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고, 다른 쪽에서는 거침없이 훼손하는 엇박자 행정이 언제나 개선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해외여행을 잠깐 다녀 왔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주 놀란 것은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건물들이나 독특한 문화재보다는 도심 한가운데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공원들이었다. 수십, 수백 년은 족히 넘었을 나무들로 꽉 들어찬 공원은 차라리 도심 속 수목원이나 휴양림, 삼림욕장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위용(偉容)을 자랑하고 있었다. 울창한 도심 속 숲길을 한가로운 모습으로 산책하거나 조깅(jogging)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잠시나마 우리 고장 도심 속의 숲을 걷고 있는 상상을 하며 산책을 즐겼다. 오늘은 작은 그늘조차 찾기 어려운 인근 공원을 걸으며 언젠가는 도심 속의 울창한 숲을 걷게 되리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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