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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기호일보 DB>
인천지역 취약계층인 노인과 아동들이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로 여름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지역 모금기관에서 이들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이웃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중구에 사는 장모(82)할머니는 폐지 줍기로 얻은 푼돈과 노령연금을 받아 홀로 생활하고 있다. 습하고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집에 하나뿐인 선풍기를 가장 센 바람으로 돌려도 주먹만한 방 공기는 쉽게 시원해지지 않는다. 모처럼 비가 오지 않은 지난 29일에는 집 주변 골목을 돌며 폐지 줍기에 나서 봤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줄줄 흐르는 땀에 곧 일을 포기했다. 홀몸노인들 대부분이 장 할머니와 비슷한 상황이다.

장 할머니는 "근처 경로당에 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지만, 날씨 때문에 그곳까지 걸어가는 게 너무 힘들어 포기하게 된다"며 "집에서 땀이 날 때마다 세수를 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 등으로 부모들이 돌볼 여력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동구나 미추홀구 등의 일부 센터에는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없어 아이들이 후텁지근한 날씨를 그대로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냉방시설이 설치된 프로그램실에 아동을 모아 수업을 진행한다. 방학이 겹친 최근에는 오전부터 센터를 찾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에어컨을 아무리 돌려도 더위를 식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냉방비로 쓸 예산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 지원 예산은 항목 구분 없이 한 번에 지급된다. 이 중 95%는 인건비와 관리비, 5%는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종사자 인건비도 함께 올라 사실상 전기료 등 관리비 명목으로는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역아동센터를 위한 냉방비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에어컨 설치비와 함께 냉방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공동모금회가 1억 원을 모으면 한전이 1억 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캠페인 기간 동안 목표액인 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6천500여만 원만 모금하면서 센터 한 곳당 지원금이 50만 원에서 34만 원 정도로 줄어 에어컨 설치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지역아동센터연합회 신준범 대표는 "인천공동모금회와 성금을 모아 준 여러 기부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다만 냉방시설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센터에도 에어컨이 설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올해는 어렵게 돼 아쉬운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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