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요즘 나라가 많이 힘듭니다. 나라가 힘드니 개개인의 삶도 힘듭니다. 이렇게 보면 나라와 개인은 한 몸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쁜 일에는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함께 슬퍼해야 하니까요. 남북문제, 한일문제, 주변 강국들의 영공 침공까지 겹쳐 국민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또 다른 문제들이 터지곤 하는 요즘입니다. 매일 매일이 사건이고 매일 매일이 아픔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고난과 역경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악에서 선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역경에서 희망이 보인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타인이나 타국의 악한 행동을 마주할 때마다 그를 비난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말고 한 발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볼 때 ‘나’만큼은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겠지요. 역경에 처해서 좌절하고 주저앉아 눈물만 흘릴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역경을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때 비로소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고 그 결과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사이의 강을 연결한 다리는 공학적으로는 ‘기적의 다리’라고 부릅니다. 「따뜻한 영혼을 위한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에 그 다리가 만들어진 과정이 소개돼 있습니다. 존 로블링이라는 공학자는 다른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며 반대한 그 다리를 아들인 워싱턴과 함께 설계를 했습니다. 가까스로 은행가를 설득해 재정지원을 받게 됐지만, 얼마 후 현장사고로 인해 로블링은 목숨을 잃었고, 워싱턴은 평생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오직 손가락 한 개뿐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은 공사가 중단될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은 손가락으로 아내의 팔을 건드렸고, 그것이 그들만의 암호가 됐습니다. 이렇게 손가락 하나만으로 아내에게 전한 암호는 기술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마침내 13년이 지나 기적의 다리가 완성됐던 겁니다. 치명적인 불행이 오히려 기적의 다리로 바뀐 배경에는 워싱턴의 ‘의지’가 있었을 겁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반드시 바꾸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는 오늘의 우리를 기적의 대한민국으로 안내해줄 것입니다.

 2001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충격적인 테러가 있었습니다. 바로 9·11 테러였지요.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돌진해 3천 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이라는 책에는 테러의 피해자 가족들이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아픔을 동반하는 테러는 결코 선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악을 통해 선의 움직임을 보았다. 테러 후 미국에서는 계약 동거나 문란한 성생활이 줄어드는 등 잘못된 혼인 관습이 줄어들었고, 그 대신 결혼하고 가정을 꾸미는 연인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테러 이후에 가정의 중요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은 것이다. 또한 테러 이후 헌혈자가 증가했다. 그만큼 생명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남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테러는 악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힘도 있다."

 맞습니다. 삶에는 행복도 있지만 불행도 있고, 사랑 역시도 기쁨도 있지만 고통도 있습니다. 이것이 삶입니다. 행복을 느낄 때는 불행은 잠시 숨어듭니다. 마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쁨을 느낄 때에도 고통은 잠시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불행이 엄습할 때는 행복이 숨어버리고, 고통과 마주할 때는 기쁨이 숨어버립니다. 여기서 ‘숨어버린다’는 말은 곧 희망을 뜻합니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숨어버린 것이니까요. 언젠가는 고개를 내밀고 환한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날 게 분명하니까요. 분명 지금 우리는 큰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이 손가락 하나만으로 기적의 다리를 완성했듯이, 지금의 이 역경을 ‘나’를 재발견하는 기회로 삼아 의지를 불태울 때 비로소 희망은 굳게 닫힌 대문을 두드릴 겁니다. 파이팅, 코리아!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