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영통구청 대회의실에서 1일 ‘일본 경제보복 규탄·철회 촉구 결의대회’가 열려 영통구민들이 ‘일제 불매’ 등의 글씨가 새겨진 A4 크기의 피켓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수원시 영통구청 대회의실에서 1일 ‘일본 경제보복 규탄·철회 촉구 결의대회’가 열려 영통구민들이 ‘일제 불매’ 등의 글씨가 새겨진 A4 크기의 피켓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광복절을 2주일 앞둔 1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영통구청 2층 대회의실. 휴가철을 맞아 한산해진 주변 도로와 상가와 달리 회의실 내부는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가득 메운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결연한 표정의 주민들은 저마다 A4 크기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날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일본 경제보복 규탄 및 철회 촉구 구민 결의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주민과 학생, 기업인 등 300여 명이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새끼 손가락을 잘라 항일 의지를 드러낸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그림과 함께 큼지막하게 ‘일제 불매’ 글씨가 인쇄됐다. 일장기 표시가 들어간 피켓에는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반대로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는 종이에는 영어로 쓰여진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항의성 구호와 함께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 등 결의를 다지는 우리말이 들어가 있었다. 또 ‘무역전쟁, 기해왜란 영통구민이 의병이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 수원을 지키자’,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부당한 경제보복을 철회하라’ 등 문구가 쓰여진 피켓과 현수막도 보였다.

주민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해 집단 행동에 나선 데는 삼성전자 본사가 영통구에 위치하고 있는 게 한 몫을 차지했다. 이번 일본의 조치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대기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 정문 앞에는 ‘매탄4지구’로 이름 붙여진 상가밀집지역이 형성돼 있어 소위 ‘삼성맨’들이 지역 상권을 책임지는 중요한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광교신도시와 영통, 망포·신동지구는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 직원들의 거주율도 높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연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영통구에서 궐기대회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통구는 거주민의 평균 연령이 33.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사망 대비 출산율 역시 5.9명로 가장 높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전통적으로 반일감정이 강한 중·장년층의 심기를 건드린 수준을 넘어 젊은 세대들의 감수성까지 자극시켰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김미경 영통구어린이집협의회 대표는 "일본 경제보복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이를 제한하는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전 국민적인 움직임에 국민의 한사람이자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학부모와 원아들을 대표해 동참했다"며 "경제보복 철회 및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시 역시 일본제품 불매, 일본여행 보이콧을 실천하는 ‘신(新) 물산장려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제품을 불매하기 위한 ‘신(新) 물산장려운동’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주민자치회, 새마을단체 등과 협력해 시민참여 캠페인도 실시한다.

시 관계자는 "시 산하 모든 부서에서 사용 중인 일본 제품을 전수 조사하고, 국산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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