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헤라우스오리엔탈하이텍㈜.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노조원들이 제품 출하를 막아서고 있었다. 회사 폐업에 반대해서다.

문좌동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헤라우스지회장은 "20년 넘게 일한, 청춘을 바쳐 일한 직장을 잃게 됐다"며 "사측은 경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계획된 폐업이다"라고 주장했다.

헤라우스오리엔탈하이텍은 지난 1984년 인천에 설립된 독일기업의 한국 내 자회사다. 이곳은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단자나 회로의 전기적 연결에 사용되는 도선인 금을 가공한 본딩 와이어를 생산하는 업체다.

그러나 사측은 올해 초 금속노조 및 헤라우스오리엔탈하이텍 노조위원장에게 ‘국내 사업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사측은 "회사의 핵심영역인 금 본딩 와이어 시장이 대부분 코팅 구리와이어 등 비금속으로 전환되는 추세라 업계 상황이 더욱 악화돼 지난 몇 개월간 주문량 감소로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며 "더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없는 상황에 처해 올해 4분기를 기해 운영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고용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문 지회장은 "사업 철수 얘기를 듣고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며 "그동안 헤라우스 코리아 법인을 만들어 영업분야를 옮기고, R&D는 다른 나라에 세운 공장에 옮기는 작업을 왜 해왔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용 보장과 회사 정상화를 촉구했으나 더 이상 어렵게 됐다"며 "지금은 위로금 지급과 관련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노조안과 사측안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헤라우스오리엔탈하이텍 관계자는 "회사는 고용관계 종료에 따른 세부 사항에 대해 노동조합과 논의 중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일해온 직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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