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서적의 명저로 불리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보면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저자가 당부하는 22가지의 법칙이 소개돼 있다. 이 중 ‘성공의 법칙’이란 장(章)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초기 성공에 눈이 멀어 겸손을 잃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한한 유벤투스를 보면서 팬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 것처럼 여겨져 매우 불쾌했다. 이번 방한 경기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에서 명문 클럽으로 통하는 유벤투스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해 있는 팀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큰 관심을 받지는 못 했을 것이다.

 호날두가 누구인가. 포르투갈 출신의 그는 일찌감치 어렸을 적부터 축구에 두각을 보여 자국 프로축구리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첫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등 해외 유수의 명문클럽을 거쳐 현재 유벤투스에 입단한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호날두가 펼치는 플레이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았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만 지켜봤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눈 뜨고 코 베였다’는 속담이 딱 정확한 기분의 표현일 것 같다. 지금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호날두가 방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유벤투스가 대한축구연맹에 보낸 입장문을 보면 국내팬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이유로 책임의 화살을 피해 가려는 인상이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배려하지 않은 채 경기 날짜를 하루 앞당긴 원인 제공자는 대한축구연맹이며 경기 당일 선수단 버스에 대한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지 않았다는 등 아마추어적인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번에 유벤투스 방한 경기에서 관객들이 최고 40만 원에 달하는 비싼 입장권을 구매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호날두와 그 선수가 속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직관하고 싶어서다. 이는 누군가에게 생애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벌었을지언정 국내 축구팬을 한방에 몽땅 잃었다. 그래도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한마디 고언을 드리자면 팬을 귀하게 여기는 구단으로 계속 남아 있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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