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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옥 안양소방서 119구급대장 소방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는 자살고위험군(주변의 자살 행위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따져보면 상황은 심각하고 충격적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와 높은 업무 강도는 잠재적 정신건강 문제와 함께 자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및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 공동체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자살 예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명사랑지킴이 교육이 그 일환이다. 생명지킴이, 즉 게이트 키퍼는 위험과 예방의 중간다리 역할을 통해 자살 예방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적합한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빨리 알아차리고(보기), 자살위험성에 대해 적극적 공감적으로 경청하며(듣기), 안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연계하는(말하기) 모든 과정에 참여해 자살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죽고 싶다’는 외침은 역설적으로 ‘살고 싶다’는 일종의 구조요청(SOS) 신호다. 생명지킴이는 이를 인지해 자살을 생각하거나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다양한 언어적, 행동적, 상황적 신호를 찾아내 직접적이고 신중하게 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물어봐야 한다. ‘자살’은 감정노동 이라는 단어와 함께 소방에 깊숙이 들어와 대한민국 평균 자살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자살자는 순직자의 3배가 넘고 있다.

소방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직무 스트레스, 수면 장애, 가족 갈등, 이성 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 인자를 갖고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평생에 한 번 겪기 힘든 참혹하고 위험한 현장에 빈번히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도 일상이다. 소방관들은 주취자 폭행 등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 정신건강을 살피려면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방관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인데’라며 그들의 구조 신호를 한낱 푸념으로 치부하고 회피했는지 생각해 볼 때다. 자살로 인해 가족과 동료를 잃은 남은 사람들은 이미 자살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소방관의 자살 소식을 듣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그들의 간절한 신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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