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남존여비’ 사상이 짙었던 우리나라. 지금도 우리네 부모님들 중에도 여전히 ‘아들, 아들’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회적 문제가 남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필자 역시 어느 한 부모의 아들이자, 10살짜리 아들의 아빠며, 한 여자의 남편인 ‘한 남자고, 아들’이다.

 그래서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봤다. 이 시대의 남자며, 아들로서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그렇다고 내가 하는 말이 모든 남자와 아들들에게 잘못이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극히 일부의 남자와 아들들에게 하는 말임을 다시 한 번 알리는 바이다.

 필자가 아는 지인이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이라며 해 준 이야기다. 부모에게 아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꼬집는 이야기다.

 요양병원에 갔을 때를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렇게도 의사의 말이 딱 들어맞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 같다.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고 한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앉아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멍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또 문간쯤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부모를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 놓은 음료수 하나 까먹고 이내 사라진다.

 이 말을 하면서 이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 놓은 벌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라고.

 우리 아들들도 지금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한 번쯤 생각해보자. 과연 나는 그동안 부모님에게 어떤 아들이었는지. 정말 금이야, 옥이야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받은 만큼 대우를 해드렸는지. 아마도 극히 드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가장 빠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들의 도리를 다하면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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