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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동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조정협력과장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응에 관해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물론 수출규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범위는 어디까지일지 아무도 속단할 수는 없다.

 현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을 중심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일본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 특히 거래선 다변화 등 완충장치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점차 심리적 패닉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 전 유관기관 간담회에 참석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일본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업종 외에 일본 수출 기업들이 일본 현지 거래업체로부터 주문 중단 등 간접 피해를 겪고 있다는 호소가 직간접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대응전략은 크게 피해 중소기업의 충격 최소화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 핵심 부품소재 기술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조기 국산화 추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위기가 조기에 타결된다 해도 그 뇌관은 살아 있어 언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결국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기 전에는 상시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인 혁신과정을 거치지 않는 미봉책으로는 항상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최근 기관 내 독서토론회 등을 계기로 읽게 된 도서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혁신은 수백, 수천 년 전 다른 별에서 출발한 묵은 별빛이다. 혁신이 성장하는 과정은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들의 누적적 조합의 과정이다." 이 문장은 다름 아닌 혁신이라 함은 단기간 내 상징적 수치나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쌓은 노하우들이 어느 순간 결실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고 성공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부품소재 기업 육성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동안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한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를 주창해오고 전문기업 육성을 부르짖어 왔건만 아직까지 근원적 해결이 되지 않은 원인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원인의 주체도 지나치게 단기적인 비용편익 분석에만 의존하고 동반자로서 부품소재 협력 기업의 기술개발 지원 등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대기업, 모기업과의 안정적 수급관계 유지에 안주해 핵심역량 확보에 소홀했던 협력기업들, 장기적으로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 표면적 수치 달성에만 주력했던 정부 모두의 문제라 할 것이다.

 부품소재 국산화 외에도 단기간 내 대기업 및 수출주도형 고속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특정 국가 및 업종 편중화 된 무역구조, 소위 넛 크래커 현상으로 불리는 근원적이고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 부족 등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점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 생존과 지속성장 가능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자 숙제로 남아 있다. 이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번 사태를 진정한 혁신성장의 계기로 삼아 산업 및 기업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 반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 사태의 진화 여부와 관계없이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불완전한 생존을 이어나갈 것인가?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닐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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