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이로써 북은 5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0회를 쏴댔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M’을 본뜬 신종 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지난달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세 발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도 공개했다. 이렇듯 한·미·일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3종 세트가 완료돼 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는 안전하니 괜찮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이 "(상략)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을 조직하시고 지도하셨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미사일을 쏴대는 이유가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 때문이라는데도 정부의 실질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남북 9·19 군사합의’ 첫 번째 조항에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해 모든 공간에서 (중략)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 정도면 남북 군사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한 것 아닌가.

그나마 다행히도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북한 정권과 군이 우리를 위협하거나 도발하면 ‘적(敵)’ 개념에 포함된다"며 오랜만에 강경한 표현을 했다. 여당 원내대표도 확대간부회의에서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는 붕괴되다시피 했고, 3대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됐으며, 자주국방력의 핵심인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대량보복) 용어도 사라진 지 오래다.

혹여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부여한다"에서 나쁜 평화가 이런 식으로 지탱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은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설혹 이 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북이 핵을 갖고 있다면 우리도 핵우산을 갖는 게 합리적인 안보 전략일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튼튼한 안보는 막강한 국방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 앞에 반드시 추가돼야 할 문구가 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튼튼한 안보에서 비롯되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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