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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이사장
안타깝게도 지금 인천시정은 가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라는 것이 맞는가 보다. 보통의 언론은 시정의 잘하는 부분과 잘못하는 부분을 균형적으로 다뤄주는데 요즈음 언론은 거의가 시정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여론을 잘 듣고 있을 시장이 맨 앞에 서서 조직을 지휘해야 하는데 이게 아닌데 하는 여론이 필자의 귀에도 자주 들어온다. 시도지사의 직무 평가 순위에서도 늘 바닥권이라는 것을 시정에 관심이 없는 시민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여론이 너무 차다.

 시장은 협치를 시정 과제로 삼고 열심히 뛰고 있지만 정작 협치의 성과가 무엇인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동구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문제가 해결된 것을 사례로 자부하겠지만 주민들은 온 동네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고 주민투표며 단식투쟁을 하는 긴 기간 동안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 해결이 그렇게 길어야 했고 그렇게 많은 시민들의 가슴이 멍들어야 했는지 묻는다. 혹여 시정의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협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모든 권한을 시민에게 준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시는 아무런 권한 행사를 하지 않을 테니 시민들이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해 오라고 한다면 시의 기본 책무를 내친 것과 다름없다. 시가 주도적이어야 한다. 책임져야 할 일을 외면할수록 시민도 시정을 외면할 것이다. 송도 악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수돗물 사태가 2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최기선 시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건도 이보다 못 하지 않다. 그래서 인천시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음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시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시민의 신뢰를 점점 더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시가 하는 정책이나 시장이 하는 말을 아무도 곧이듣지 않는 상황이 더 전개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시민의 힘이 중요하다. 당연히 시민은 시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가 제대로 된 정책을 책임지고 수행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또 하나가 내부의 문제이다. 소위 선거공신과 정당 측근들을 주변에 배치하는 것은 지난 시정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것도 임기 내내 그럴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 불만으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전문성이나 경험이 무시된 사람들을 호위무사처럼 불러들여 조직을 관리하게 하고 직원들을 다스린다면 조직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시정은 게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굳이 한비자(韓非子·중국의 직언 잘하는 관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재를 내부에서 찾아 등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데려와 오랫동안 공직에서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기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앞장서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강구할 것인가. 용기 있는 직원, 일하는 직원을 원한다면 시장이 어찌해야 하는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인천은 시민신뢰의 추락, 시정 목표의 실종, 내부의 와해라는 트릴레마(trilemma) 상황이다. 시의 고유 사무인 상수도 문제도 시가 책임지고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중앙에 의존하는 상황을 시민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결의 의지보다 해결의 능력이 없는게 아닌지 더 실망한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기획이 잘 못 돼서, 기획은 집행을 잘못해서, 집행은 홍보가 안 돼서라고 서로 잘못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제라도 시가 명확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고 강력한 공권력으로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박 시장이 시정부를 이끈 지도 1년이 넘었으니 시민정서와 시정을 아직 잘 모른다면 안 될 말이다. 충고로 점철된 이 기고를 박 시장이 꼭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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