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손호영이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非) 엘리트 출신으로 프로 1군 무대를 밟은 한선태(25·LG 트윈스), 미국과 일본을 떠돌다 SK 와이번스 마무리로 정착한 하재훈(29)을 보고 꿈을 키운 선수들이 체감온도 40℃를 웃도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 모였다.

KBO는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열었다.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제출한 선수는 총 9명이었다. 이 중 일본프로야구 신분 조회 절차가 끝나지 않은 외야수 임준서(18)를 제외한 8명이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땀을 쏟았다.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빠지지 않은 문구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까지 걸어온 길은 다르다. 하지만 모두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참가자 중 가장 익숙한 이름은 내야수 문찬종(28)이다. 문찬종은 2010년 미국프로야구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계약했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6년 7월 11일 방출됐다.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9월에 소집해제를 기다리는 문찬종은 "친구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이 ‘잘하고 오라’고 격려했다.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KBO리그에서 꼭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 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가장 주목한 선수는 내야수 손호영(25)이다. 홍익대 1학년, 중퇴를 결심하고 2014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손호영은 2017년 3월 방출됐고 국내로 돌아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뛰고 있다.

손호영은 "엘리트 야구를 하다가 포기했다는 이력이 꼬리표가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며 "좋은 사람, 좋은 선수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사정 때문에 동아대를 중퇴하고, 현재 독립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한 투수 신민준(22), 재일교포 3세로 와세다 대학 엘리트 야구부 출신으로 일본 독립리그와 실업리그에서 활약한 외야수 안권수(26), 캐나다에서 학생 야구를 했던 투수 강민종(20) 등도 KBO리그 입단을 희망하며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한선태의 뒤를 잇고 싶은 비 엘리트 출신 3명 내야수 박지훈(27), 외야수 지승재(26), 투수 장진호(26)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한선태처럼 학창 시절 한 번도 엘리트 야구부에 입단하지 못하고 사회인 야구, 개인 훈련 등으로 기량을 키우다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공통점이 있다.

오전 10시에 모인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은 타격, 수비, 주루, 투구 등을 한 뒤 10개 구단 스카우트와 면접도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가 "평소보다 실수를 많이 했다"고 아쉬워했다. 면접 때 질문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내가 질문을 못 받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KBO는 2013년(2014년 드래프트 대상자)부터 트라이아웃을 열어 국외에서 뛴 선수들이 프로 스카우트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비 엘리트 출신 한선태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2018년 트라이아웃(2019년 드래프트 대상자)에는 이대은(kt 위즈),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하재훈, 김성민(이상 SK), 윤정현(키움 히어로즈) 등 국외파에 한선태까지 참가했고, 참가자 8명 중 6명이 프로행에 성공했다.

7번째를 맞은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지난해 수준의 선수가 나오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흙 속의 진주를 찾고자 분주히 움직였고, 선수들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참가자 모두가 "내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지만, 열정만은 무더위가 삼킨 그라운드보다 뜨거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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